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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태아보험과 삶의 자기 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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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31, 2024, 00:03:14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만약 세상에 태어나기 전 내가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일 때 나의 탄생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태아의 건강에도 문제가 없고 아홉 달 동안 이어진 부모의 세심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기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보험설계사라는 직업 외에도 일본어 문학 서적 번역을 겸하고 있다. 최근 작업 중인 작품은 몇십 년 후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SF 소설이다. 그때에는 안락사와 같이 나의 죽음을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의 출생도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3년 6월부터 우리나라의 민법과 행정 분야에서 나이를 따질 때 '만 나이'로 통일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나이 계산은 그동안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복잡해서 1975년 음력 6월생인 나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 한국식 세는 나이로 하면 올해 50살이지만, 현재 연도에서 자신의 출생 연도를 뺀 숫자를 나이로 하는 연 나이 셈법으로는 49세이며, 마지막으로 최근 통일된 만 나이로 계산하면 48세가 된다.

 

즉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세로 지정하고 이후 해가 바뀌어 생일이 될 때마다 나이를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작은 숫자가 산출된다. 법적 나이로 나는 아직 50대가 아니라 40대인 셈이다.

 

나이를 계산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이 굳이 필요하나 싶은 데다 나이를 물어보면 몇 살이라 답해야 할지 여전히 알쏭달쏭하지만, 보험업계 시각으로 보면 보험 나이 계산법은 또 달라지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해진다.

 

보험사는 계약 시 보험의 대상이 되는 피보험자의 만 나이도 연 나이도 아닌 제3의 개념인 ‘보험 나이’를 사용하며 보험 나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 나이에서는 계약일 당시 피보험자의 실제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의 끝수는 버리고 6개월 이상의 끝수는 1년으로 셈해 이후 매년 계약 해당일에 나이가 증가한다. 이런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한 살 늘어날수록 보험료가 5~10%씩 증가하기 때문에 가입 시기에 따라 나이로 인한 가입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려 만들어졌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치는 건 엄마 배 속에 태아로 있었던 기간도 존엄한 개별 존재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태아 시절의 기억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데 그 기간을 완성형 인격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점점 다가가고 있어 통일된 만 나이로 내 나이를 답하면 어쩐지 젊어진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태아 시절을 중요한 의미로 두고 있지 않은 듯 해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 쓸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 보면 임신 기간이 지금까지의 삶을 통틀어 가장 충만했고 동시에 가장 커다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시기였던 덕이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런데 소설에서처럼 그토록 기다리던 내 아이가 뱃속에서 출생 의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니 그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출산을 앞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많은 준비를 하게 되는데 태아 보험 가입도 그중 하나다. 태아 보험은 말 그대로 배 속에 있는 때부터 태어난 후까지 아이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신체적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들어두는 보험이다. 임신 10주부터 35주 사이에 가입할 수 있으며, 출산 후 아이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출생아 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모성 보장과 같이 산모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는 항목이 있고 태아의 건강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임신 초기에 가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임신 20주 이후, 또는 출생체중이 500그램 이상으로 출생 후 28일까지를 주산기라고 하는데, 주산기 이전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만삭아의 경우 주산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이라든지 패혈증, 폐렴, 출혈성 질환, 혈소판 감소증 등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조산아의 경우 미숙아 망막 병증, 뇌성마비 등의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태아 보험으로 병을 없던 것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안심하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혹 아이가 만성질환을 안고 태어나면 이후의 보험 가입이 당분간 혹은 최악의 경우 영구적으로 가입이 어려울 수 있어서 임신 후 태아 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엔 태아 보험의 보장 시기를 일반 보험 가입이 가능한 15세, 혹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만 20세를 만기로 산정하는 설계를 많이 했다. 보험 만기 후 일반 보험에 재가입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보험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표준체의 몸으로만 가입할 수 있고 병력이 있는 사람이 가입하는 유병자 보험은 일정 연령 이상의 가입자가 대상이 된다.

 

즉 어린이 보험의 만기를 15세 또는 20세로 정했는데 만약 어린 시절에 걸린 병으로 오래 치료를 요하면 보험 만기 이후의 보장은 전부 사라지는 데다 장기간 보장 자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태아 보험이라 하더라도 경험생명표의 기대여명에 기반해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설계가 현명하다.

 

다행히도 아직은 뱃속의 태아에게 생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방법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탄생 이후의 삶의 여정이 죽기 전까지 내 선택의 결괏값이라 한다면 태어나는 일까지 아이의 선택에 맡긴다는 건 가혹한 일이 아닐까? 내가 선택한 임신도 출산까지 수 많은 고민을 수반하고 때로 턱이 높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일이다. 생의 자기 결정권은 출생 유무의 선택이 아니라 삶을 내 자유의지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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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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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이스크림, 내수 넘고 세계로…빙그레·롯데 해외 공략 가속

K아이스크림, 내수 넘고 세계로…빙그레·롯데 해외 공략 가속

2025.07.02 09:18:3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이어지며 빙과업계가 내수 시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수요 위축과 가격 인상 부담, 조기 장마 등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전통적인 여름철 특수도 예년만 못한 상황입니다. 더는 내수만으로 수익 구조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빙과 기업들은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인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며 유통 채널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K푸드 열풍을 발판 삼아 K아이스크림이 현지 시장에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아이스크림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졌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9841만달러, 약 1378억원(지난해 연평균 환율 1363.98원 기준)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올해만 벌써 1~5월 수출액이 전년 대비 20.8% 증가한 5785만달러를 기록해 연 1억달러 돌파가 무난해 보입니다. 빙그레는 최대 아이스크림 수출 기업으로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30개국 이상에서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 대표 제품을 운영 중입니다. 이중 미국, 중국, 베트남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인근 국가까지 수출합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메로나가,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는 메로나와 붕어싸만코가 주로 판매됩니다. 메로나는 1992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멜론맛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 때 메로나’라는 문구는 30년 넘도록 여전히 각종 밈과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메론맛 매출과 인지도가 압도적인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메로나가 크리미하고 쫀득한 식감의 ‘과일맛 아이스크림’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빙그레가 국가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수출용 제품으로 다양한 맛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멜론맛을 포함해 딸기맛, 망고맛, 바나나맛, 타로맛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피스타치오·코코넛·망고와 같은 열대과일 맛이, 동남아 지역에서는 익숙한 타로맛이 오리지널인 멜론맛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식물성 메로나가 유럽 시장 확대에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메로나는 유럽 등 지역에서 유성분이 포함된 유제품 수출 시 발생하는 통관 장벽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빙그레가 만든 수출 전용 제품입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메로나 고유의 질감과 풍미는 살렸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식물성 메로나의 유럽 매출은 2023년 전체 매출의 3배를 넘었는데 주요 메인스트림 채널 입점과 아시안마트 체인 내 인기가 바탕이 됐습니다. 이 제품은 지난해 5월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내 주요 아시안 마트에 입점을 완료했습니다. 지난해 7월과 11월에는 각각 캐나다, 호주 메인스트림에도 진출했습니다. 최근 중동 국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에도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태국에서는 2007년부터 프리미엄 슈퍼마켓 위주로 메로나, 붕어싸만코 등을 판매 중입니다. 지난해부터는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태국 국제식품박람회 등에 참가하며 글로벌 인지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빙그레의 ‘냉동 및 기타 품목’ 수출액은 2021년 427억원에서 2022년 594억원, 2023년 688억원, 지난해 829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이 중 80% 이상이 아이스크림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4년간 전년 대비 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30%에 육박합니다. 올해 1분기 아이스크림·기타 수출액도 264억원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했습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 내수시장 과포화 등의 이유로 식품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빙그레도 메로나, 붕어싸만코 등 주력 아이스크림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K-컬처, K-푸드 등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웰푸드의 빙과 사업은 인도에 집중돼 있습니다. 2017년 하브모어를 인수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지 빙과 제품과 월드콘 등을 팔고 있습니다. 지난해 빙과 수출액이 311억원에 그칠 때 인도 빙과 법인(롯데 하브모어) 매출은 1729억원으로 2021년(994억원) 대비 1.7배 늘었습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1분기 현지 가격 인상까지 단행했습니다. 회사는 특히 지난 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푸네 신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신공장과 연계해 100%를 초과하던 성수기 빙과 가동률을 80%로 안정화시켜 매출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신규 유통상 발굴과 거래선 확대에도 주력합니다. 실제 올해 1분기 뱅갈루르 등 인도 남부 매출이 전년 대비 39% 신장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이 공장 첫 아이스크림 제품으로 돼지바를 현지화한 ‘크런치’바 3종을 출시하며 현지 공략에 나섰습니다. 크런치는 인도 최초 4중 구조 아이스크림으로 현지 가격은 경쟁사 대비 2~3배 비싼 60루피(약 1000원)입니다. 그럼에도 출시 3개월 만에 6000만루피(약 1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시장 수요 전망을 밝혔습니다. 현재 롯데웰푸드는 인도 빙과 법인과 건과 법인(롯데 인디아)를 합친 ‘롯데 인디아’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 현지에서 롯데 브랜드를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서부, 남부 등 지역 커버리지와 거점을 확대해 올해 인도 매출 성장률을 전년 대비 15%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크런치는 3종을 동시에 출시해 인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인도에서 유행하고 있는 K컬쳐와 함께 'Taste The 4D'라는 디지털 캠페인과 주요 도시 4곳에 옥외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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