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유가증권시장 상장업체 유니켐의 주요 자회사인 유니원이 돌연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유니켐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거액의 회삿돈을 투자해 지어놓은 대형 골프장의 소유권이 이전 대표의 개인회사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니원은 156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1주당 4만 4224원으로 총 352만 7496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시설자금으로 39억원, 운영자금으로 134억원, 채무상환자금으로 810억원, 기타자금으로 577억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니원은 카스카디아CC 운영 주체인 유니골프앤리조트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골프장 사업과 관련된 핵심 연결고리다. 지난 6월 가오픈한 카스카디아CC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럭셔리 골프클럽이다. 비상장사인 유니원의 주주는 유니켐과 유니로, 각각 60%와 4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증에서 이들에게 배정되는 주식은 각각 211만 6497주, 141만 998주가 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청약에 100% 참여한다면 각각 약 936억원, 624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유니켐의 현재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수백억원을 투입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유니켐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1월에는 기발행된 전환사채(CB)를 상환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을 만큼 자금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이번 유증 결정은 이장원 전 대표가 골프장 사업권을 본인의 가족 회사로 옮기기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니켐 이사회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정재형 유니켐 현 대표 측이 차지한 상태이지만, 자회사인 유니원의 이사회는 여전히 이 전 대표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증 결과에 따라 유니가 유니원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면 유니→유니원→유니골프앤리조트(카스카디아CC)의 지배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즉, 상장사인 유니켐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거액을 투입하며 공들여 온 사업임에도 주인 자격을 얻지 못하고 2선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유니켐 대표이사 재직 당시 여러 법인들을 설립해 가며 골프장 및 리조트 사업에 대한 회삿돈 투자를 주도해 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장원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골프장 사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유상증자 결과 유니가 유니원의 최대주주가 된다면 상장사 자금이 투입된 골프장과 리조트가 사유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리조트 개발 부지 및 사업권을 유니골프앤리조트로부터 유니리조트개발로 양도한 전력이 있다. 유니골프앤리조트는 유니켐의 손자회사이지만, 유니리조트개발은 이장원 전 유니켐 대표의 가족 법인인 유니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상장사인 유니켐과 관련없는 유니리조트개발로 사업권이 넘어가다 보니 당시 이 전 대표가 사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분양가 수천억원 규모의 사업권이 불과 45억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장원 유니켐 전 대표는 골프장 사유화 우려에 대한 질의에 “유니가 유상증자에 어느 정도 규모로 참여할 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골프장 사유화가 핵심이 아니고 채무가 많아서 일단 유상증자를 통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