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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필드] 발표 앞둔 ‘은행권 제도개선 TF’와 커지는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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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09, 2023, 10:06:21

은행권 제도개선TF 논의 사실상 마무리 수순
금융당국 "금융위원장 정리 거쳐 용산 가야"
신규 플레이어 투입 'SVB' 파산에 동력 상실
지급결제·투자일임 은행-비은행 갈등 증폭만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올해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이 나온 직후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이하 제도개선 TF)'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에서 회자된 단어가 바로 '메기'였습니다. 금융당국이 TF 제1검토과제로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꺼내들었던 탓입니다.

 

이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이른바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선수(메기)를 투입해 기존 시중은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금융권역에 긴장과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이달말 금융당국이 개선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개선 TF가 과연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논리보다 대통령실의 정치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나비효과

 

우선 금융권역에 긴장과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TF는 은행업 인가단위를 세분화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에 특화한 소규모 전문은행을 거론했습니다. 대표사례로는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SVB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재도개선 TF 논의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3월 SVB 파산 소식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신규 플레이어(메기) 진입론은 동력을 잃었습니다.

 

금융당국이 강행한다 해도 새로운 은행을 설립할 만한 자본력과 의지를 갖춘 경제주체가 등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당국 한 인사는 "누군가 은행을 해보겠다고 나설 기업이 있을지도 사실 모른다"며 "특정업계에 특혜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난색을 표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은행을 출범시킨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수년은 걸리는 일이고 생각해봐야 할 이슈가 여럿 있다"며 "은행 신규진입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증권사-보험사-은행의 동상이몽

 

제도개선 TF가 발족하면서 금융권의 대표적인 규제제도인 지급결제권을 놓고 금융업권간 동상이몽도 한창입니다.

 

카드사를 회원으로 둔 여신금융협회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에 종합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면 소비자가 카드사 지급결제 플랫폼에서 다양한 디지털 금융·소비·생활편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후생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며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이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의 자금이체 대상이 '투자자예탁금'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결제불이행' 위험은 없다면서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을 들고 나왔습니다.

 

보험업계를 대변하는 보험연구원은 보험업 지급결제 겸영을 허용해 은행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일일 순채무한도(지급예정액-수신예정금액) 대행은행 예치 등 결제리스크 해소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정작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제도 유연화를 통한 경쟁을 촉발하려는 제도개선 TF와 달리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3월말 열린 TF 회의에서 한은 측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은행권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확대시 고객이 체감하는 지급서비스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한 반면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은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digital run) 발생 위험 증대 등에 따라 큰 폭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였습니다.

 

은행권은 지급결제권 유연화에 맞서 금융당국의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 요구에 발맞춰 투자일임업 전면허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 투자 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대신 운용하는 서비스로 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제한돼 있습니다.

 

은행권은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에게도 은행의 광범위한 영업망을 통해 양질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금융투자협회는 중소 증권사 경영난 가중, 증권업계의 다양성 훼손 등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투자일임업 허용은 오래된 이슈 중 하나여서 다른 업계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만일 은행 밖으로 지급결제의 문이 열리고 은행에는 투자일임이 허용된다면 은행권으로선 너무나 밑지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심' 읽어야 하는 금융위원장

 

"결국 장관님이 용산에 한번 갔다오셔야 할 거예요…"

 

최근 제도개선 TF 진행상황과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인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것이 있지만 VIP와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의중을) 한번 더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주현 위원장이 제도개선 TF에서 보따리 풀듯 펼쳐놓은 다양한 사안을 추려낸 뒤 그 리스트를 들고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들어가 대통령으로부터 컨펌(confirm)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고위인사는 "모든 금융업권이 이참에 수많은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며 "당초 계획한 TF 일정이 조만간 마무리되면 내부적으로 개선안 리스트를 정리한 뒤 적정한 시점에 적정한 형식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난 7일 기준, 11차까지 회의가 열린 제도개선 TF에서 다뤄진 문제 대부분은 그간 이해관계가 다른 금융업권 오랜 민원입니다. 정부가 그동안 이를 알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는 경제운용의 최후 보루인 '금융안정'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논리에 입각한 진중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원칙이 TF가 내놓은 개선방안의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재도개선 TF 활동 결과가 '이자장사'라는 자극적 슬로건으로 은행권에 무리한 변화를 강제하거나 업계별 희망사항을 조건부 수용하는 주고받기식 성과 만들기로 귀결 된다면 가뜩이나 침체 경고등이 켜진 한국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이슈를 유야무야 할 순 없다. 우리가 흐지부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제도개선 TF와 관련, 말을 아끼던 금융당국 관계자가 어렵게 꺼낸 이 발언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로 제도개선 TF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수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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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기자 heysunny@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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