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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안주잡설] ‘생선회’ 안주의 미덕 앞에 초장·간장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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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3, 2022, 09:10:35

 

정진영 소설가ㅣ안주가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겠지만, 일단 맛이 좋아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 안주는 일단 맛이 좋아야 한다. 맛이 좋은 안주는 술의 맛을 돋우는 좋은 친구이자, 동시에 다음 잔을 부르는 촉매이니 말이다.

 

부실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술의 맛은 처참하다. 새우깡과 소주의 조합은 한때의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재현하고 싶은 추억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맛있는'안주가 추가로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뉠 듯한데, 일단 안주를 썰로 푸는 자리인 만큼 술꾼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우선일 테다. 현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술꾼인 내게 의견을 물어보겠다.

 

술꾼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을 맛있게 마시기 위해 안주를 곁들이는 술꾼, 그리고 안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곁들이는 술꾼. 국어사전에 따르면 술꾼은 '술을 좋아하며 많이 먹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사전 속 술꾼의 의미는 전자에 가까워 보인다. 전자에 속하는 술꾼이라면 배부르지 않은 안주를 맛있는 안주의 미덕으로 꼽지 않을까? 배가 부르면 술맛이 떨어지니까. 술 좀 마신다는 사람들이 생선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배부르지 않고 맛있는 안주 중에 소위 '탑티어'에 속하니 말이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술꾼끼리 모두 친하지는 않다. 탕수육을 둘러싸고 '부먹파'와 '찍먹파'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듯이, 생선회를 좋아하는 술꾼들도 먹는 방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주로 정통파를 자처하는 술꾼이 먼저 시비를 건다. 정통파는 생선회를 초장에 찍어먹는 걸 끔찍하게 여긴다. 초장이 생선회의 섬세한 감칠맛을 가려버린다는 게 이유다. 또한 이들은 간장에 겨자를 살짝 푼 겨자장이 아닌 초장에 생선회를 빠트리는 일을 재앙으로 받아들인다. 종종 IS처럼 극단적인 '회부심'을 부리는 근본주의자는 생선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 술꾼을 미개인으로 취급해 즐거운 술자리를 불쾌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남들 못지않게 술을 마셔봤고, 민물과 바닷물 등 서식지와 어종을 가리지 않고 온갖 생선회를 먹어봤으니 살짝 '썰'을 풀 자격은 있다고 자부한다. '썰'을 풀어보자면 '회부심'에는 적지 않은 오류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시중에서 팔리는 생선회는 대개 활어회라 그렇다.

 

솔직히 고백해보자.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든 활어회에서 정말 감칠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던가? 나는 활어회를 먹을 때 쫄깃한 식감 외에 감칠맛을 느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개인적인 취향인데 활어회는 쌈장을 듬뿍 찍어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로 싸 먹을 때 제일 맛있었다. 활어횟집에서 생선회를 먹을 때 주인장이 쌈 채소를 잔뜩 가져다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숙성시킨 선어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어회는 주로 일식집에서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어떤가? 흐물흐물한 선어회의 식감과 결합한 초장의 맛은 비참하다. 좋은 선어회는 겨자장도 필요 없다. 그런 건 그냥 먹어도 혀 위에서 복잡한 결의 감칠맛이 폭발하니 말이다. 굳이 간을 더하려면 회의 끝부분만 간장에 살짝 적신 뒤 생 고추냉이를 곁들이면 된다. 선어회를 전문으로 다루는 횟집에서 쌈 채소를 내주는 일이 드문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어서 이다. 잊지 말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생선회는 횟집 주인에게.

 

활어회와 선어회로 구분해 먹을 수 있는 바다 생선과는 달리, 민물 생선은 기생충 문제 때문에 거의 활어로만 먹는다. 송어, 향어 등 활어회로 먹는 민물고기는 초장을 듬뿍 찍어 먹어야 비린내를 잡을 수 있고 맛도 좋다. 내 고향 대전과 가까운 대청호 주변에는 이름난 민물고기 횟집이 많은데, 이런 집들은 보통 잘게 썬 쌈 채소와 활어회를 손님에게 사발과 함께 내온다.

 

덕분에 먹는 방법은 정말 호쾌하다. 사발에 적당량의 회와 상추, 미나리 등 쌈 채소를 넣고 초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은 뒤 비비면 끝이다. 여기에 콩가루를 더하면 고소한 맛이 더 살아난다. 젓가락으로 가득 집어 올려 입 안을 꽉 채운 뒤 우걱우걱 씹어보자. 이게 뭐라고……. 그야말로 꿀맛이다. 특히 씹을 때마다 입안에 퍼지는 미나리 향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해도 민물 생선회 맛이 바다 생선회 맛보다 한끝 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민물 생선회는 아무리 신선해도 서식 환경과 먹이 때문에 은은한 흙냄새를 지우기가 어렵다. 비린내에 민감한 사람이 해물 요리에 질겁하듯, 흙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민물 생선회 맛을 보면 얼굴이 흙빛이 된다. 초장을 듬뿍 쳐서 먹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 흙냄새가 가려지니까.

 

하지만 매운탕의 맛만큼은 민물 생선이 바다 생선을 압도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회보다 탕을 더 좋아한다면, 민물 생선 횟집이 더 나은 선택지다. 특히 덩치가 있는 메기나 쏘가리로 오래 끓인 매운탕은 매운탕 계의 끝판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맛을 자랑한다. 소주가 목구멍을 타고 강물처럼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깊은 국물 맛. 더 썰을 풀면 이야기가 생선회가 아니라 매운탕으로 빠질 듯해 이쯤에서 멈춘다.

 

이래저래 잡설이 갈지(之)자로 흐르며 길어졌다. 결론을 내자면 지인들과 생선회를 먹을 때 ‘회부심’이 불쑥 들면 참는 게 여러모로 현명하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꼰대 취급 받기에 십상이니 말이다. 굳이 '회부심'을 부리고 싶다면 "이렇게 한번 먹어보면 어때?" 수준의 가벼운 제안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도 ‘회부심’을 참을 수 없어 미치겠다면? 본인의 지갑을 열어 비싼 회를 넉넉하게 사주면서 '회부심'을 부려라. 그래야 그나마 욕을 덜 먹는다. 욕을 안 먹는다고는 안 했다. 내 입에만 맛있으면 됐지 참견은 무슨.

 

■정진영 필자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썼다. '침묵주의보'는 JTBC 드라마 '허쉬'로 만들어졌으며, '젠가'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앨범 '오래된 소품'을 냈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이 있다.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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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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