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강민기 기자] 최근 중국 안방보험이 한국 알리안츠 현지법인을 35억원에 인수해 ‘헐값’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 기준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총자산은 16조6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 규모의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연구원 전용식·조재린 연구위원은 ‘알리안츠 한국법인 매각가격 논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예상 인수가격과 실제 인수가격 간의 차이는 알리안츠 한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차손실을 현재가치로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비중은 2015년 47.9%인 6조1261억원이다. 이중 고금리 상품비중이 높아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이차손실금액 평가는 독일 알리안츠가 적용하는 유럽의 ‘솔벤시 II’에 의한 것이며, 이 기준에 따라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순자산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연구위원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금리가 최근 2% 후반으로 하락함에 따라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의 예정이율과 격차가 커져서 이차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용식·조재린 연구위원은 “이차역마진은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의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것”이라며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한 보험부채 가치가 자산 가치와 비슷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독일 알리안츠는 한국 현지법인을 정상화하기 위해 10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자했지만, 향후에 투자를 지속하더라도 이차역마진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 매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위원들은 알리안츠의 국내 철수는 저금리로 인한 이차역마진 손실로 대만에 진출했던 유럽 보험사들이 철수했던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00년 5.25%에서 2009년 2.25%로 하락했고, 1980 ~90년대에 6.5% 확정금리로 판매한 보험상품으로 이차역마진이 크게 확대됐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당시 대만 생명보험산업의 이차역마진 금액을 265억달러로 추정했다.
이차역마진을 완화하기 위해 대만의 생보사들은 저금리 위험을 보험계약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금리 연동형 보험상품 판매를 확대했지만, 일부 유럽 보험회사들은 대만시장에서 철수했다.
연구위원들은 “알리안츠 한국법인의 매각 가격인 35억원은 저금리로 인한 이차역마진을 평가한 결과에 따라 책정된 시장가치”라며 “향후 국내 보험회사의 가치평가,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의 자산규모, 시장점유율 등 외형에 의한 가치평가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경영전략도 수정돼야 한다”며 “향후 인수합병시장에 나온 국내 중소형 보험회사들의 매각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알리안츠생명의 부채비율은 180%정도다. 국내 RBC 비율은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데, 향후 발생할 이자손실이 반영되지 않아 RBC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당국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