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임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알리안츠생명 안방보험에 300만달러(약 35억원)에 팔렸다. 당초 알리안츠생명 매각가격은 2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매각 가격은 35억원에 불과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유가 뭘까?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한 후 17년 동안 국내에서 경영했던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안방보험그룹에 매각하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안방보험그룹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에 인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사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유력한 인수후보 대상자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자산규모 16조가 넘는 알리안츠생명의 매매 가격이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강남의 60평형대 타워팰리스 매매 가격이 30억원 중반대다.
35억원이라는 충격적인 매매가격을 두고 업계에서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 중 알리안츠생명의 잠재적인 리스크가 시장에서의 평가보다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800억원을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10년 이래 사상 최대치의 적자를 냈다.
알리안츠생명 이전 제일생명(업계 4위)시절 이미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고, 저금리로 인해 알리안츠생명이 준비금 마련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현재 알리안츠생명 보험료 운용수익률이 3~4%대로 과거 약정금리 7%대의 절반 수준에 그쳐 준비금 부담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지지했던 독일 본사 세력이 물러난 것도 이번 ‘헐값‘ 매각이 이뤄진 것에 힘을 보탰다. 그 동안 한국 시장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던 마이클 디크만 알리안츠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올리버 비이트 회장이 오게 됐는데, 이 후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마이클 디크만 회장은 알리안츠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한 작업부터, 아시아 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을 정도로 애착이 있었다”면서 “신임 회장이 온 후 한국법인에 대해 냉정히 평가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철수를 계획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지속되는 영업부진과 추가 자본확충 부분도 매각가격이 낮아진 또 다른 이유다. 금리확정형 보험의 부채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 영업도 덩달아 부진하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영업을 재정비하고, 회사를 정상화할 때까지 상당금액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후 당장 1000억 가까이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매매가격은 앞으로 투자해야 하는 자금까지 합쳐 1000억원을 웃돌게 된다. 게다가 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해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1조원 가까운 추가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234일간 파업한 알리안츠생명의 강성 노조도 매각 가격을 낮추는데 한 몫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산규모가 6조원 이상 차이나는 동양생명보다 인력이 더 많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 노조가 거칠게 항의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이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오랫동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매각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며 “추후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이 함께 시너지를 내려면 안방보험에서도 만만찮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