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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의 음식추억] 그 사람이 다시 오지 않아도 떡국을 끓이고 만두를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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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anuary 31, 2022, 09:01:50

 

정은정 농촌사회학자ㅣ명절을 앞둔 대목장 구경은 재미가 크다. 추석과 설날 대목장 중에서도 설 장날이 구경하기엔 낫다. 추석 때는 여름 기운이 미처 가시지 않아 억지로 익힌 과일들이 구색을 갖추느라 진을 뺀다. 햅쌀도 때가 일러 싸라기 없이 투명하고 통통하게 잘 여문 쌀도 구하기가 어렵다. 음력 8월 바닷속은 아직 뜨거워 제철도 아닌 씨알 작은 생선이 호객용으로 어물전 한 칸을 차지하고 있어 안쓰럽다.

 

하지만 설날 대목장은 다르다. 제주도에서는 사시사철 채소를 뭍으로 올려보내고 남해나 포항 일대에서 푸릇푸릇한 시금치가 올라온다. 더운 여름에 녹아난 채소보다는 잘 말렸다가 불린 나물들이 맛이 들었을 때이기도 하다. 팔도의 장터를 다니다 보면 고장마다 독특한 물산이 있다. 아무래도 바닷가 쪽에서는 어물들이 다채롭고, 내륙에는 고기와 나물 장이 흥하다. 그래도 방앗간과 떡집이 제일 바쁜 것만큼은 팔도 공통이다.

 

이제 설날 음식은 ‘떡국’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졌지만 우리집은 설날 하면 ‘만두’다. 충북 내륙에서는 떡만둣국을 세찬으로 쓰는데 만두 빚는 일은 추석 송편보다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다. 송편은 쌀만 찧어와 깨나 콩 같은 소만 마련해 빚으면 되지만, 만두소 만드는 일에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김장할 때 아예 만두 김치를 따로 담그기도 한다. 속을 어느 정도 꼼꼼하게 채운 김치는 반찬으로 먹고 양념을 대충 바른 김장김치를 만두소로 쓴다. 김칫소를 버무렸던 함지박 양념을 닦아내는 차원이기도 하다. 고춧가루는 예나 지금이나 귀한 데다 비싼 양념이어서 충분하게 쓰지는 않는다.

 

설날이 오면 이렇게 담가 놓은 막김치를 꺼내 종종 썰어 삼베보자기나 양파 자루에 넣어 물기를 빼낸다. 이때 아버지나 숙부들이 나서 있는 힘껏 눌러 짜 김치를 보송보송하게 만든다. 한때 장정이었던 아버지도 이제 김치를 눌러 짤 힘도 없고 숙부들은 세상 떠난 지 이미 한참 되어 손을 빌릴 일도 없다. 우리 엄마는 아예 수돗가 빨랫돌에 김치 자루를 올려두고 맷돌로 눌러놓곤 했는데 꽁꽁 언 수돗가 얼음에 김칫국물이 배어들어가곤 했다.

 

김칫국물을 짜낸 다음에는 이번엔 두부를 쥐어짤 차례다. 이제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적어 슈퍼마켓에는 만두용 두부를 따로 팔지 않지만 지금도 시골 장터에 가면 수분을 빼낸 만두용 두부를 판다. 우리 집도 급한 대로 만두용 두부를 사다가 할 때도 있었고 아버지나 오빠가 눌러 짜기도 했다. 그다음에 삶은 숙주를 한껏 쥐어짜 물기를 빼서 넣고, 불린 당면도 자잘하게 잘라서 넣는다. 당면이 들어가면 물기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고 양을 늘리는 역할도 하지만 만두피 밖으로 자꾸 삐져나와 귀찮았다.

 

가끔 겨우내 말려놓은 무말랭이도 불려서 넣기도 하는데 눈감고 먹으면 고기로 착각할 수도 있어서 고기로 속여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곱게 간 돼지고기를 조금, 아주 조금 넣는다. 이 돼지고기의 역할은 재료끼리 잘 섞이도록 하는 아교이자 애교 정도로 보면 딱이다. 마지막으로 이 동네 만두의 시그니처는 ‘지고추’다.

 

 

소금에 삭힌 채소를 ‘지’라 하는데 장아찌나 김치의 토속말이다. 지고추는 소금물에 삭힌 채소로, 때깔 좋은 고추는 내다 팔고 고춧대에 볼품없이 매달린 고추까지 알뜰하게 거둬 소금물에 삭히면 지고추가 된다. 동치미에도 넣고 고추장에 박아 고추장아찌도 만들고 곱게 다져 각종 양념으로 쓴다. 육수도 없이 끓여내는 맹맹한 칼국수에 지고추 양념을 얹어 먹으면 칼칼하게 먹을만하다. 지고추는 만두소에도 들어가는데 이 맛이야말로 우리 동네 사람들만 아는 맛이고 사라져가는 맛이다.

 

만두소를 만들고 나면 이제는 만두피를 만든다. 워낙 칼국수를 많이 해 먹으니 집집이 손에 잘 길들인 홍두깨는 갖추고 살아,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넓고 얄따랗게 미는 일은 그때의 엄마들에겐 쉬운 일이었다. 양탄자만큼이나 넓게 펼쳐진 밀가루 반대기 위에 작은 주전자 뚜껑을 얹어 꾹꾹 눌러 찍으면 만두피가 수십 장씩 만들어졌다.

 

동그랗게 찍어내고 남은 남은 밀가루 반죽은 다시 뭉쳐 또 찍어내고, 그렇게 끝까지 알뜰하게 만두피를 찍어냈다. 우리 집 만두가 퍽 예뻤던 이유는 만두피의 크기가 공장에서 찍어낸 듯 일정해서였다. 물론 고작 열 살 무렵이었던 내가 빚은 만두는 예쁠 리가 없었지만 엄마와 숙모들 만두가 예뻤다. 늘 삐져나오는 당면 탓을 했지만 이쁘든 말든 손이 모자라 내 손까지 빌려 만두를 빚었다. 내 만두는 이리저리 터져 남은 밀가루 반대기로 누덕누덕 땜질을 해 두었기 때문에 누가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보았고, 너무 쪼물대서 더렵다며 언니들은 절대 먹지 않았다.

 

이렇게 만두를 만들어 놓으면 설날 준비는 얼추 끝이 난다. 하지만 김치에다 매운 지고추까지 들어간 이 만두가 어린애 입맛에 맞을 리 없다. 그래서 나는 떡만둣국에 들어가는 떡을 더 좋아했다.

 

충북 일부 지역은 아직도 썰어 놓은 가래떡을 ‘떡첨’이라 부른다.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만둣국에 ‘첨가’를 할 정도란 뜻일지도 모른다. 떡이란 멥쌀이나 찹쌀을 가루로 내어 꽉 뭉쳐놓은 음식이다. 질감이 쫄깃쫄깃한 이유는 밀도가 높아서이고 밥보다 쌀이 훨씬 더 많이 쓰인다. 하여 쌀이 귀한 시절에 떡은 특별한 날의 음식이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재료를 그러모아 빚는 만두는 떡보다 헐한 음식이다.

 

어릴 때 “엄마 만두 말고 떡첨만 줘.” 하면 엄마는 가차 없이 너만 입이냐며 만두를 더 많이 얹어주었다. 지금 같으면 집에서 빚은 만두는 ‘수제만두’라는 이름을 달고 값이 더 나가겠으나 우리집에선 만두보단 떡이 귀했다. 설날이라 이름 붙으면 계란지단 올리고 실처럼 찢은 고기와 마른김을 꾸미로 올린 뒤 조금 더 멋 부리자고 실고추 몇 가닥 얹으면 끝. 딱 그 정도의 사치를 부리는 음식이 설날 떡만둣국이다.

 

이제 떡국은 흔한 음식이다. 떡국떡은 슈퍼마켓에서도 동네 떡집에서도 쉽게 사 올 수 있고, 가래떡을 뽑아와 손이 부르트도록 떡을 썰 필요도 없다. 고기도 흔하고, 레트로트 사골국물로 육수까지 한 번에 해결되어 아이들 키우면서도 만만한 음식이 떡국이다. 그래선지 만두 맛집은 있어도 ‘떡국맛집’은 찾기 어렵다. 굳이 줄 서서 먹을 별식이 아닌 일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까지는 설날이 오면 만두를 빚고 떡국을 끓인다. 그 맛이 그 맛이건만 노른자와 흰자도 따로 부쳐 황백 지단으로 한껏 멋도 부려본다. 하지만 지고추를 넣지 않아서일까, 함께 김치와 두부를 쥐어짤 이들이 곁에 없어서일까. 만드는 재미도 먹는 재미도 없다.

 

아이들도 명절에는 이제 회초밥이나 양갈비같은 별식을 먹자고 조른다. 평소에도 자주 먹는 음식을 굳이 설날에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왜 없는 시절의 음식 기억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놓아주지 않는 것인지. 내년에도 만두를 빚어 떡만둣국을 끓이고 있다면 사람이,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다.

 

■정은정 필자

 

농촌사회학 연구자. <대한민국치킨展>,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등을 썼다. 농촌과 먹거리, 자영업 문제를 주제로 일간지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나가 농촌과 음식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그림책 <그렇게 치킨이 된다>와 공저로 <질적연구자 좌충우돌기>, <팬데믹시대, 한국의 길>이 있고 <한국농업기술사전>에 ‘양돈’과 ‘양계’편의 편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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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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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2025.05.01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식품업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앱 육성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충성 고객 확보와 고객 데이터 축적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에 이어 이달 14일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기요도 포장 주문 시 7.7%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측은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냉랭합니다.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자사앱 혜택을 강화하며 소비자 유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의 강점이 편리성인 만큼 자사앱도 사용자 편의성 강화를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메뉴 주문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편하고 멤버십 별 할인 혜택을 세분화했습니다. 소비자가 할인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 빈도도 높였습니다. 새단장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bhc가 지난 2월 새롭게 선보인 뉴 bhc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3단계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고 퀵오더 기능, 간편 선물하기 등 기능을 추가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리뉴얼 후 한 달간 자사앱을 통한 주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출시한 신메뉴 콰삭킹 인기도 앱 활성화에 한몫했습니다. 실제 콰삭킹 출시 이후 앱 주문량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bhc는 최근 선릉역 인근에 직영 매장 오픈과 함께 매장 내 QR 방식의 테이블오더 시스템, 자사앱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며 앱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bhc 관계자는 "치킨 업종 특성상 배달 주문 비중이 매우 높은데 배달앱 수수료로 인해 가맹점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없는 자사앱을 강화해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증가에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공공배달앱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신한은행 등과 출시한 공공배달 서비스 '땡겨요'는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수료는 2% 이하입니다. 기존 3대 배달앱 수수료(최대 9.7~9.8%)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땡겨요는 최초 가입자와 가입 후 주문 이력이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주문까지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증정합니다. 서울시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BBQ는 이달 30일까지 3000원 할인 쿠폰을 추가 제공해 총 할인금액을 8000원까지 높였습니다. BBQ 앱에서 이달 30일까지 신메뉴 마라핫 주문 시 '누누씨 부적카드'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신메뉴 효과에 방문객도 증가세입니다. 지난 2월 BBQ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랜덤 치즈볼 증정 프로모션 3일 동안 자사앱 매출은 전주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는 3만명 늘었습니다. 교촌치킨 역시 자사앱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4월 한 달간 월 2회 이상 주문해 KING 등급을 달성한 회원 중 추첨해 신메뉴 교촌후라이드 모바일 교환권을 제공합니다. 교촌치킨은 총 3단계로 멤버십을 운영하며 구매 포인트 2% 적립, 배달·포장 할인, 치즈볼 교환권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킨 프렌차이즈업계는 자사앱이 가맹점 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배달앱 의존도를 낮춰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페 프렌차이즈도 자체 앱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1분기 자사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보다 약 9% 증가했습니다. 앱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객 참여형 프로모션을 확대한 게 주효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픽업 주문을 한 고객 중 선착순 600명에게 아메리카노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자사앱을 통한 주문이 외부 플랫폼 대비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도 선보입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베타 테스트 형태로 론칭해 고객 맞춤형 혜택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식품기업과 가맹점주가 배달앱에 지출하는 수수료는 주문 당 10~20% 수준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배달앱에 입점하면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대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부담도 함꼐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사앱 강화는 이러한 배달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앱을 활용하면 이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다"며 "자사앱이 활성화되면 기업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고 이를 신메뉴 개발에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앱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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