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을 꽁꽁 싸매고 있던 금융당국의 규제가 22년 만에 풀린다. 그동안 보험사의 상품과 가격 등에 일일이 간섭하며 ‘사감선생님’ 노릇을 더 이상 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험산업은 자율시장경쟁체제로 접어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보험사는 규제완화에 대해 웃고만 있을까? 보험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지, 앞으로 보험산업은 어떻게 변화할지 따져봤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규제완화 後 ①] “상품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 [규제완화 後 ④] 설계사들 “고객 이익이 먼저인데…”
∎ [규제완화 後 ⑤] 앞으로 보험시장 판도 변화는?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지난 18일 금융당국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 방안’에 대한 최종 확정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보험사의 상품개발에 대한 사후보고제로 전환 ▲표준약관제도 정비 ▲상품 설계기준 완화 ▲보험가격 통제장치 재정비 ▲자산운용을 비롯해 외국환 및 파생상품 규제 전면 개편 등이 포함됐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에서 보험회사에 상품개발과 가격 결정권을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보험사 역시 규제완화 방안 중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 대형 생·손보사..“반갑다 자율화”..속내는 제각각
보험사는 이번 규제개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면서도 다른 보험사가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에 대해 매우 견제하는 눈치다. 규모가 비슷한 대형 보험사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입장이 약간씩 달랐다.
그럼에도 대형 보험사는 상품 개발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다양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기존 상품보다 담보를 개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맞춤형 보장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주계약 몸집을 작게 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해약환급금을 보증하는 최저보증이율제도를 없애면서 종전보다 보험료가 저렴한 보장성보험을 출시했다. 앞서 ING생명도 중간에 해지하면 돌려주는 환급금을 적게 하는 대신 가격을 25%까지 내린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결과, 보장성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평이다. 앞으로는 보험사가 상품을 먼저 개발하고, 사후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타깃 소비자 혹은 판매채널에 꼭 맞는 맞춤형상품도 선뵐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무조건 사전 신고해야 하는 제도 때문에 상품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상품 자율화로 영업채널에 맞춰 상품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지금보다 유연한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서도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되는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정 기간동안 일종의 상품 판매 독점권을 부여하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을 6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손보사의 경우는 상품 자율화 범위에서 자동차와 실손보험이 제외돼 반쪽만 얻었다는 입장. 하지만, 이와 별개로 내년 초 일부 고가차량에 대한 보험료가 인상될 전망으로 경고등이 켜진 자보 손해율이 조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경영전략 세워야..“보험료 낮추기는 어려울 듯”
대형 보험사의 경우 상품과 가격결정권을 갖더라도 기존보다 보험료를 내리기는 힘들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험료를 낮추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활기를 띨 수 있겠지만, 현재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20년부터 적용될 IFRS4 2단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보험상품 가격경쟁은 대형사에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대신 대형사가 구축하고 있는 상품개발 인프라를 통해 기존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령자 혹은 유병자에 대한 상품을 내놓으면 대형사들끼리도 철편일률적인 담보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상품을 비교해보면 생명과 손해보험 상품이 다르고 담보내용에도 차이가 있어 점점 더 다양한 상품이 나오는 추세다”고 말했다.
보험상품 외에 질 높은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략도 나올법하다. 가령, 과거 대형생보사를 중심으로 시행됐던 고객 의료서비스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 의료센터를 마련해 자사 고객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경영전략도 새롭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테면 보험상품의 가격을 높이는 고가정책을 통해 특정 타깃층을 공략해 고객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폭넓은 인프라를 구축한 대형보험사의 경우 선택과 집중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생명보험사 빅3를 중심으로 고액자산가를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이른바 부자동네를 공략해 센터를 설립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업무는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재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수의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몸집이 큰 대형사는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결국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는 가격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다른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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