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26일 구리에서 수도관 누수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꺼짐)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수도관이 터졌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는데요.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싱크홀과 관련없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일각에선 같은 구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여기에 더해 올해는 대형 싱크홀까지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구리시와 현대건설은 누수가 난 관의 이음새를 조이는 것 외에 특별한 재발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있었던 이 사고는 지난해 1월 12일 구리시 교문동 장자 사거리에서 발생했습니다. 지하철 8호선 별내 3공구 공사현장입니다. 오전 8시 30분께 공사장에 있는 상수도관이 끊어지면서 일대 주택과 상가가 단수됐다가 오후 2시께 복구된 건입니다.


구리시는 사고 원인에 대해 “공사구간에 설치된 복공판에서 진동이 발생하면서 상수도관의 이음새에 있는 너트가 풀렸고, 누수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안승남 구리시장은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현장에 나서 빠른 복구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는 수압 상승에 따른 단순 수도관 파손으로 보고 해당 구간만 조금 손보는데 그쳤습니다. 당시 구리시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누수 지점의 이음새를 조인 후 안전장치를 달았고 시는 이를 확인 후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지하철 공사에 따른 지반 영향 등을 돌아보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싱크홀과 지난해 수도관 사고는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둘 다 사고 장소가 장자 사거리이면서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별내선) 공사 구간에서 발생했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지도상 167m입니다.
지면에서 1.5m 깊이에 있는 상수도관이 끊어지면서 일대 수도가 끊어진 것도 공통점입니다. 작년에는 상수도관이 끊어진 걸 금세 발견해 단수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하 20~30m까지 땅이 꺼졌습니다. 지하철 터널을 둘러싼 콘크리트 옹벽까지 땅이 꺼졌다고 하는데 깊이가 10층 아파트 높이와 맞먹습니다.
현재 싱크홀은 흙으로 거의 다 메꿔졌고 원인 조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원인이 밝혀진 후에야 일대 주민에 대한 배상 등 방안이 정해질 전망입니다. 현대건설은 일단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입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별내선은 TBM 공법으로 공사해왔는데 올해 사고 당시 지하 30m 깊이에서 작업 중이었어서 멀리 떨어진 상수도관에 미친 영향은 적을 가능성도 있다”며 “진상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우리 공사와 싱크홀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TBM 공법이란 굴착기로 땅을 파내려가 지하에서 터널을 뚫는 기술입니다. 현장 근로자는 토압으로 인해 수도관이 끊어졌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땅에 뚫은 구멍이 주변 지질에 영향을 미쳐 지하수나 흙 등이 쓸려내려 가거나 관을 압박해 누수 됐을 수 있다는 겁니다. 토압 사고는 공사 시 버팀목과 H빔 등 안전장치를 잘 설치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