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그간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인 게 부담이 됐다는 평이다.
윤 원장은 14일 금감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입의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관련 학회와 함께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사회적으로 수용도가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으로썬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 전도사’로 통할 정도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인 인사였다. 학자 신분이었던 지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때 금융위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고, 금감원장 취임 후에도 금융감독 혁신과제에 노동이사제를 포함시킨 바 있다.
윤 원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한 발 물러선 배경에는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부정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재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융부문은 경영진의 전횡 방지 장치가 매우 잘 돼 있고, 근로자 권익 보호 면에서도 은행 근로자들의 임금·복지 등 여건이 타 산업에 비해 훤씬 양호하다”며 “금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선제 도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윤 원장은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선 조만간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분쟁조정은 과거 자살보험금 사례처럼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을 뒤집는 식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장은 “키코 사태를 재조사한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이 난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금감원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