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각 지점으로 배송되는 비용을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명시하는 유통분야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 협의 과정에서 개정이 무산됐다.
당시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납품업체에 과도한 물류비를 전가했는지 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가 추진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3년 이후 일부 대형마트는 납품업체에 후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공정위와 유통업체 간 물류비용 부담과 관련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23일 공정위 및 관련업계 따르면 최근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넘긴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와 롯데수퍼 등을 조사한 결과, 2012년부터 5년 동안 롯데마트가 300여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겨왔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형 유통업체가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이 서로 비슷해 경쟁업체에도 불똥이 튈지 긴장하고 있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대형 유통업체는 전국의 각 점포에 원활한 배송을 위해 거점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는 직접 배송하거나 제3자 물류망을 통해 배송한다. 이를 선행물류라고 불리며, 납품업체가 배송비를 부담하게 된다.
물류센터에 온 제품은 바로 배송할 상품(통관물류)과 보관할 상품(보관물류)으로 분리된다. 우선, 통관물류의 경우 분류 작업을 거쳐 전국의 점포로 바로 배송된다. 이때 유통업체 물류 차량을 통해 배송될 경우 납품업체는 일정액의 물류비를 부담하는 구조다.
이마트는 물류센터 도착 후 바로 배송하는 통관물류의 경우도 납품업체가 배송방식을 선택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납품업체 자체 차량으로 배송하거나, 제3자 물류업체 이용, 유통업체 물류 차량 이용 3가지 방식이다.
보관형 상품에 대한 물류비용은 유통업체마다 다르다. 보관형 제품은 유통업체가 필요에 따라 물건을 한꺼번에 발주해 상품을 물류센터에 보관하면서 각 점포로 공급한다. 과거엔 보관형 상품을 배송할 때 드는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보관형 상품은 유통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4년부터, 롯데마트는 2017년 이후 보관형 상품에 대한 후행물류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다만, 전체 물류에서 보관형 상품 비중은 10%가량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업계는 납품업체가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납품업체 자체적으로 배송을 담당하거나 다른 물류사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것. 물류센터 이용 계약서에 선행물류와 후행물류 부분까지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나 농심의 경우 전국 물류망을 갖추고 있어 각 사에서 해결한다”면서 “하지만 중소 납품업체는 전국 물류망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유통사 물류망을 이용하고, 모든 내용은 계약서에 따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후행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부담토록 하는 것은 과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규모유통업법과 시행령에는 물류센터 배송비 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는 상태다.
업계는 이번 롯데마트 제재에 대해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를 근거로 위반여부를 판단했을 거란 예상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납품업자 등에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유통업체 물류센터 관련 후행물류비에 대한 공정위의 지적이 끊임없이있어왔다”면서 “조만간 롯데마트에 대한 위법여부와 과징금 규모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긴장한 상태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징금이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선 조사 대상 기간이 2012년 2016년 롯데마트의 매입액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최대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내용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3월에 있을 전원회의 심사와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