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 겸임교수] 현재 중국 경제에서 ‘시(诗)와 먼 곳(诗和远方)’이란 단어는 독특한 울림을 갖는다. 단순히 ‘시(詩) 그리고 저 먼 곳’이란 뜻이 아니다. ‘이상적인 생활’을 가리키는 상징어다. 유명 작사가 가오샤오쑹(高晓松)이 쓰고 쉬웨이(许巍)가 노래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곡과 가사는 푸른 자연과 평야를 노래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신기루일 뿐, 결국 ‘차이미요우옌(柴米油盐-땔감·기름·소금 즉 생필품을 가리키는 말)’으로 대변되는 일상생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할 때도 ‘시와 먼 곳’은 소환된다.
편의상 ‘시와 먼 곳’을 ‘시원’(诗远)이라고 줄여보자. 시원은 누구나 바란다. 그렇다고 아무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자격과 상황이 됐을 때에만 가능하다. 수백억 달러의 부자가 된 알리바바(阿里巴巴) 창업자 마윈(马云)과 텐센트(腾讯) 창업자 마화텅(马化腾)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도 당초에는 평범한 벤처 사업가였다.
10년 전 취재단이 텐센트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기자들이 기업 전략을 묻자 마화텅은 “신속하게 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그리고 뒤쳐지지 않기가 현재의 유일한 관심이다. 1년 앞의 일을 생각하기에도 벅차다”라고 답변했다. 시원은 그 때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당시 마윈도 “어떻게 하면 이베이(eBa)y를 이길 수 있을까, 골치가 아프다”고 털어놨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이들이 시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바이두(百度) 창업자 리옌훙(李彦宏)은 자신의 시원으로 ‘모든 것은 AI 안에서(All in AI)’를 내세웠다.
마윈은 다모위안(达摩院)을 내 걸었다. 다모위안은 미지의 과학세계를 탐구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연구하는, 알리바바가 전 세계 곳곳에 설립한 미래연구소를 말한다. 마윈도 시원이 생긴 것이다. 마화텅의 시원은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생태공동체’다.
이들 3인에게 시원은 분명 능력의 발현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가 지시한 일이기도 하다. 무슨 말일까?
현재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기업가치는 4000억 달러가 넘는다. 바이두의 시가총액도 1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3개 기업의 연간매출액은 100억 달러 이상이다. 이익도 엄청나다. 이들 기업은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들 기업의 수입이 주로 중국에서만 나온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진출 가능한 곳은 거의 다 진출한’ 상태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들이 더 몸을 불리면 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분야 혹은 그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저항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