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미래 먹을거리 확보와 신규고객 유치·상품개발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고객 관련 ‘빅데이터’를 적극 수집하고 있다. 주로 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입자의 건강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일부 손보사는 UBI자동차보험을 통해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고 운전자의 주행습관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 혜택이 늘어나 좋지만 자신의 민감할 수 있는 개인 정보를 회사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헬스케어서비스란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상태를 수집·관리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험상품 자체에 의료 서비스(병원예약, 건강진단, 상담 등)를 포함시키거나, 타 업권과의 제휴(웨어러블 기기 등)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현대해상은 간편심사 보험인 ‘간단하고편리한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들에게 ‘메디케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문의료진 건강상담 등 고객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돕는다. 이 서비스 과정에서 보험사는 다수의 유병자 고객의 건강 정보를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농협생명은 통신사인 KT와 손을 잡고 헬스케어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 KT는 통신사로서 빅데이터 수집이나 IoT(사물인터넷) 등에 특화돼 있는 업체다. 농협생명은 KT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상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알리안츠생명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눔과 제휴를 맺고, 고객이 자신의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A생명도 연내 ‘바이탈리티’라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춰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들의 이러한 헬스케어서비스 확대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 가입자는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때에 따라 자신의 건강정보를 실시간으로 보험사에 제공하게 된다. 보험사는 이 정보를 취합·분석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 분야에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험산업에도 빅데이터 활용은 이제 대세”라며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감한 개인정보라 할 수 있는 고객의 건강정보를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의 건강정보 외에도 보험사가 주목하는 빅데이터가 또 있다. 바로 자동차 운전자의 주행 관련 정보다. 운전자습관연계보험(UBI, Usage Based Insurance)은 차량에 설치된 네비게이션이나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안전·준법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동부화재는 2016년 4월 ‘smarT-UBI 자동차보험’을 업계 최초 출시해, 그 해 2월까지 약 3만 5000여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T맵’과 제휴가 된 이 상품은 500km이상 주행 때 확인되는 안전운전 점수가 일정 점수(61점) 이상일 경우 가입할 수 있다.
후발주자인 메리츠화재와 악사손해보험은 차량에 별도로 설치하는 주행기록장치(OBD, On-board Diagnostics)를 활용한 UBI보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운전자의 주행정보를 확보해 상품개발·우량고객 유치에 활용하려는 의도는 같다.
실제로 UBI보험의 경우 운전자 주행습관 정보는 현재 적용중인 할인율의 폭을 넓히거나 줄이는 데 이용할 수 있고, 반대로 할증제도를 만드는 데에도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우량고객을 선별적으로 유치해 손해율을 개선할 수도 있다.
올해 초 동부화재는 ‘안전운전 캠페인’ 이벤트를 개최해 T맵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내부 기능인 ‘운전 습관’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한 바 있다. 캠페인을 통해 안전운전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동시에 주행습관 정보를 확보하는 ‘일석이조’ 이벤트였다는 평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험사들의 빅데이터 수집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가 웨어러블 기기나 자동차 주행기록장치 등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 정보 제공자에게 그 활용 목적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별 문제의식 없이 체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가 좀 더 분명하게 사용 목적을 명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