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최이레 기자ㅣ 한국거래소의 전산장애로 유가종목시장(코스피) 전 종목 거래가 7분 동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필요하다면 손해배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발생한 전산사고에 대한 배상 사례가 없고 개인 스스로 피해 입증이 어려워 보상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태 주범은 '중간호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37분부터 11시44분까지 7분 동안 코스피 963개 전 종목의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지난 2013년 9월 거래소 전산시스템 오류로 코스피 및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183개 종목의 거래 체결이 한 시간 가량 멈춘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전 종목의 거래가 지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달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도입된 중간호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간호가란 호가창에 제시된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호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최우선 매도호가가 5만원이고 매수호가가 4만9000원일 경우 자동으로 4만9500원에 거래가를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동일 인물이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한 거래소에서 팔고 다른 거래소에소 사는 자전거래로 매수·매도호가를 인위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이를 방지하고자 자전거래방지조건(SMP)을 채택해 매매체결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자전거래로 의심되는 주문이 포착될 경우 주문 일부를 취소할 수 있는데 최상의 조건으로 주문을 체결하려고 하는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의 중간호가 조율 시스템이 주문을 취소하려는 SMP 로직과 충돌하면서 동양철관을 포함한 코스피 전 종목 거래가 일시에 중단된 것으로 거래소는 보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사고 발생 직후 7분이 지나 체결시스템을 복구했지만 동양철관의 거래는 오후 3시가 돼서야 재개됐습니다.
코스피 거래 중단 사태로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증권사들은 공지를 통해 부랴부랴 사고에 대해 알렸고 투자자들은 사태 파악을 하느라 계좌를 만든 증권사나 상장사로 연락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한 투자자는 종목 게시판을 통해 "(동양철관) 거래가 체결됐는지 파악이 안돼 3시간 동안 다른 일도 못하고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며 "피해 입증을 위해 호가창이 멈춘 직후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거래소 배상하겠다지만… 피해보상 '불투명'
이런 가운데 거래소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도 실질적인 투자자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동양철관을 제외한 다른 종목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 매매 체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전체 거래가 멈춰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피해가 확인된 경우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시스템 시연회 이후에 기자와 만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에 대해 "필요하면 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5월부터 시행된 한국거래소의 전자금융거래 분쟁처리지침(분쟁처리지침) 3조에 따르면 전산장애에 따른 손해배상을 신청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거래소에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보상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전체 거래가 중단된 시간이 7분으로 짧아 투자자 스스로 정확한 피해액을 수치화하기 사실 상 불가능하고 거래소 역시 지침 시행 이후 손해배상을 한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법적 공방을 통해 보상 판결을 받더라도 분쟁처리지침에 명확한 보상 가액이나 절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언제, 어떻게 보상이 이뤄질지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한 유력한 대안으로 투자자가 손실 입증을 한 경우 증권사가 먼저 보상을 한 이후에 거래소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을 합니다. 다만, 이 역시 기존에 이행된 사례가 없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보상 지침이 있지만 세부적인 배상 원칙이 수립돼 있지 않고 투자자 또한 피해 여부를 정확하게 증명하기 힘든 점이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인 보상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에서 기금을 출연해 거래 시스템 고도화 내지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