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찬 심리상담사ㅣ"내가 유일하게 몰랐던 건 그 애의 첫사랑이었다."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인 최승효(정해인 분)의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던 배석류(정소민 분)가 순간 깨달으며 한 말이다. 우리는 <엄마친구아들>의 첫사랑이 아닌, 우리 자신의 첫사랑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마음속 첫사랑을 아는 것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심리적인 자원이 되기에 첫사랑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연출: 유제원/극본: 신하은/출연: 정해인, 정소민, 김지은, 윤지은, 장영남, 이승준, 박지영, 조한철, 이승협, 김금순, 한예주, 전석호, 심소영, 심지유 등)은 혜릉동이라는 동네에서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여러 가족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동네 엄마들은 서로 사는 모습과 경제력은 다르지만 ‘쑥자매’로 지내는 오랜 친구들이다. 엄마들의 우정 덕분에 자녀들인 최승효(정해인 분), 배석류(정소민 분), 정모음(김지은 분)도 친척보다 더 친밀한 이웃사촌 친구들이다.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한 집에서 사는 평균 거주기간이 7.9년이라고 한다. 전월세 등의 임차가구의 거주기간은 3.4년으로 더 짧다. 이처럼 이동이 잦고 아파트가 대세인 사회에서 혜릉동과 같은 공동체적인 친밀한 관계를 맺기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그래서 사회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 SES)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구분되고 배타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그래서인지 <엄마친구아들>의 혜릉동은 우리가 잃어버린 어울림이 있는 공동체적 삶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
MZ세대가 혜릉동과 같은 동네 분위기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돕고 사는 품앗이 같은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문화적 DNA는 우리 안에 있다. 우리는 <엄마친구아들>이 사는 혜릉동처럼 서로 의지하는 보살펴주는 관계를 원하기 마련이다.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심리장애(우울, 불안 등)가 있는 사람들에게 혜릉동과 같은 인간관계가 있으면 회복이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만 채울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 덕분이다. 혜릉동과 같은 공동체성이 희박해진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사랑의 관계이다. 사랑의 관계 중에서도 첫사랑의 경험과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승효(정해인 분)는 배석류(정소민 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늘 함께여서 처음에 그 감정의 실체를 몰랐고”라고 한다. 승효가 느끼는 감정은 보통 첫사랑의 감정이다. 승효가 석류를 대하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승효의 진정한 첫사랑은 석류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다. 늘 함께 여서 첫사랑인 줄 몰랐을 뿐이다. 모든 아이들은 주양육자인 엄마와 아빠와 첫사랑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워간다.
<엄마친구아들>인 최승효(정해인 분)의 엄마 서혜숙(장영남 분)은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린 승효를 돌보기보다는 일이 우선시했다. 승효 아빠도 응급의학과 의사로 유명할 만큼 승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물론, 승효의 부모는 매우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부모와 어린 자녀의 애착관계로 보았을 때, 충분히 좋은 부모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린 승효가 부모를 짝사랑하고 기다리게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부모를 짝사랑하면 안 된다. 부모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과 관심과 보살핌 등을 통해서 느낀다. <엄마친구아들>인 어린 승효에게 부모는 있었지만, 승효의 삶에서는 부모가 없었다. 다행히도 어린 승효에게 동갑내기인 배석류(정소민 분)가 엄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석류는 승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승효를 보살펴주고 챙겨주고 격려하고 응원했다. 승효의 부모가 했어야 할 역할을 석류가 한 것이다.
어린아이 때 경험한 부모와의 정서 경험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칠지 의심할 수 있다. 심리상담사로서는 당신이 충분히 의심을 하면 좋겠다. 우리가 살면서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아닐 수 있듯이, 부모와의 정서 경험도 재해석이 필요하다. 어른이 되면 어릴 적 부모와의 정서 경험을 바탕으로 즉, 무의식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그 정서를 재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외로웠거나 두려웠거나 화가 났던 것도 모르고, 대인관계에서 외로워하고 두려워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MZ세대가 사는 곳은 <엄마친구아들>이 사는 혜릉동과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혜릉동 친구들처럼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기대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져서 고립적인 삶을 사는 것도 좋지 않다. 오히려 첫사랑인 부모와의 정서적인 관계경험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이해가 올바르면, 혜릉동 친구들까지는 아니어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하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우리는 건강한 인간관계 안에 있어야 심리장애(우울, 불안 등)를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