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코로나19를 기점 삼아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편의성을 앞세워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는 가운데 대표 오프라인 유통업인 대형마트가 차별화 된 품목 중 하나로 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빵을 파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베이커리 전문점에 비해 종류나 품질 면에서 뒤처져 '간 김에 사간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 업계가 이전과 다른 베이커리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의 '빵심(心)'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식품 중에서도 베이커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모두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3사 중에서는 홈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인 빵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2013년 론칭한 '몽블랑제'는 국내 대형마트 유일하게 베이커리 직영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경기도 안성시 베이커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지를 제조하고 당일 매장에서 빵을 굽고 있습니다. 품질 향상을 위해 2009년부터는 매년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생크림폭탄빵 4종, 알프스 소금빵, 몽스도너 등 히트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올해 '식사빵' 트렌드에 맞춰 선보인 식물성 식빵은 출시 20일 만에 약 20만개가 팔렸습니다. 지난 6월에는 대형마트 베이커리·대형 프렌차이즈 베이커리 최초로 글루텐 분해 유산균으로 만든 식빵·모닝롤도 출시했습니다.

홈플러스의 투자는 성장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몽블랑제 매출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전년보다 14.2% 늘었습니다. 특히 메가푸드마켓 화성동탄점, 경주점 등은 올 상반기 리뉴얼 오픈 이후 한 달간 몽블랑제 매출이 전년보다 최대 160%가량 뛰기도 했습니다.
해당 점포들을 리뉴얼하며 몽블랑제 코너 위치를 식품매장 입구 전면에 재배치했습니다. 또 전문 베이커리와 같이 직접 트레이를 들고 다양한 빵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강릉 유명 로스터리 '박이추 커피' 원두를 공수해 동반 구매율도 높인 점도 주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몽블랑제를 방문한 50대 여성은 "장을 보러 홈플러스에 자주 오는데 이렇게 저녁 늦게 오면 마감 전이라 빵을 싸게 팔아서 가끔씩 구매한다"며 "밖에 있는 다른 빵집들이랑 비교해도 종류나 맛이 별로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마트는 베이커리 브랜드 '블랑제리'와 'E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론칭한 블랑제리는 54개점에서 굿모닝 브레드, 스톤밀씨앗식빵 등 73종을 팔고 있습니다. 앞서 2016년 오픈한 E베이커리는 72개점에서 황금비율우유크라상 등 43종의 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른 메뉴 출시 함께 지역 협업 사례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게 얼려 먹을 수 있는 이색 베이커리 '여름타팥 크림빵'을 출시했습니다. 이달부터는 남해군과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통해 남해 마늘을 활용한 치아바타, 치즈 베이볼, 크라상 러스크 등 신제품 3종을 선보입니다.

이마트도 빵보다 밥을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정성 담은 올리브 치아바타 식빵', '무가당쌀 식빵' 등 국산 및 프리미엄 원료 등을 활용해 식사빵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 식사빵류 매출은 전년 대비 3.6% 신장했습니다.
서울 시내 이마트 블랑제리 직원은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은 앙금빵으로 어르신들이 자주 사가고 신제품 올리브 치아바타 식빵도 잘 팔린다"며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보다 가격이 저렴한 게 강점이지만 그렇다고 싼 재료를 쓰는 건 아니다. 피자도 생도우를 여기서 직접 밀어서 쓴다"고 말했습니다.
이마트는 인기 캐릭터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비롯해 지역 농가, 국내 유수의 식품업계와 협업 등 마트를 찾는 전 연령층에 소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상시 준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마트의 베이커리 강화는 결국 지난해부터 핵심 기조로 설정한 '본업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에서 온라인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8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습니다. 음식료품 거래액(2조8989억원)도 1년 사이 4000억원 넘게 증가하는 등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은 맴버십 가격 인상과 알고리즘 조작 논란에도 입지가 굳건합니다. C커머스는 연일 품질 논란에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나 이미 국내 유통 시장에 깊숙히 침투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신선·델리 등 식품 등은 마트나 백화점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사려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실제 지난 5월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하는 와중에 식품만은 증가(2.9%)했습니다. 올초 비식품 부문 매출이 감소하거나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때도 식품은 2월(29.5%)과 3월(10.7%)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매출의 70%를 책임지는 식품을 강화하는 건 대형마트의 숙명인 셈입니다.
롯데마트는 ‘지역의 빵지순례지가 되는 베이커리’를 목표로 2021년 베이커리 브랜드 '풍미소'를 론칭했습니다. 창고형 할인점 맥스 상무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은평점까지 현재 5호점을 운영 중입니다. 3사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롯데마트 원재료 소싱 채널을 활용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담양딸기 트라이플'은 딸기를 많이 올린 트라이플로 입소문이 나며 한 달에 점당 1000개씩 팔리는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전통의 2중 발효법으로 만든 ‘전통 프렌치 바게트’ 외에도 ‘순우유 식빵’, 필라델피아 크림치즈가 50% 이상 들어간 ‘치즈케익’ 등을 팔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웨스트레이크에 해외 풍미소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이달 초에 하노이센터점에 2호점을 열며 K-베이커리 외연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거 프랑스 식민 지배 영향에 따라 프랑스 원재료를 사용한 전통 바게트와 현지화한 반미 바게트 등 총 4종의 바게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신선도와 맛이 중요한 빵은 온라인 구매로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신선식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게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강점"이라며 "후각과 시각을 동시 자극할 수 있는 빵은 대형마트 객수를 늘리는 차별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