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국내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덩치 크고 관록있는 기존 시중은행간 고인물 경쟁을 흔들 충격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결과입니다. 첫 수혜 대상은 전국구 은행으로 비상을 꿈꿔온 최초의 지방은행 'DGB대구은행'이 유력합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31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절차'를 마련해 제2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쟁촉진을 내세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공언했고 이후 7개월 동안 관련 법·규정을 검토해 왔습니다.
핵심은 인가 방식입니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한다(8조)'고 규정할뿐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은행종류의 전환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고민입니다.
금융당국은 먼저 은행법 8조 인가규정이 신규인가는 물론 8조에 따른 기존 인가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판례와 학계에서 '처분의 변경은 실질적으로 처분을 취소하고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것과 같으므로 처분의 근거가 변경처분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하는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식은 기존 인가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 결론냈습니다. 시중은행으로 신규인가를 내주는 방식은 지방은행 인가에 대한 별도 폐업처리가 필요하고, 지방은행의 법률관계가 시중은행으로 승계되는지 여부를 두고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불필요한 행정비용 낭비 방지와 법적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인가규정인 은행법 8조에 따라 기존 인가내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관문은 심사 내용입니다. 세부 심사요건을 모두 세세히 들여다볼 것인지 아니면 일부요건만 심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금융당국 결론은 신규인가에 준해 모든 세부 심사요건을 심사한다는 것입니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에 요구되는 인가요건은 최저자본금(시중 1000억원·지방 250억원), 대주주(비금융주력자 주식보유한도 시중 4%·지방 15%) 등 일부 차이만 있지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이른바 '중대한 사정변경'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기존 인가내용의 '중요사항 변경'에 해당하므로 기존 인가와 동일하게 법령상 모든 세부 심사요건을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전환시 종전과 비교해 영업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 타당성, 내부통제, 임원의 자격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을 보다 면밀히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또 세부 심사요건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절차인 외부평가위원회,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필요한 절차를 생략없이 모두 진행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은 다만 은행업 본인가 전 예비인가 절차는 생략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 은행업 인가를 내줄 때 본인가 전 예비인가 절차를 밟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고 예비인가는 대주주, 자본금, 기타 인적·물적설비 보유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이므로 이미 은행업을 영위중인 지방은행이라면 바로 본인가로 건너뛸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전환과 금융사고 영향에 대한 판단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에서는 1000여건의 '불법 증권계좌' 무단개설이 적발됐고 현재 금융감독원 검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검사·조사가 진행중인 지방은행의 경우 금융사고가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 확정 전이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가신청 후 심사중단사유를 주주 관련 형사소송, 조사·검사 등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로 규정한 은행업감독규정이 근거입니다.
앞서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규모 유령계좌 스캔들이 발생하고 내부통제가 엉터리인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지적에 "법률적으로 전환 신청 자체는 (금융감독원) 검사 진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단,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관련 임원의 제재가 확정될 때 조처계획을 제출받아 적정성을 심사하고 내부통제체계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인가내용 변경을 신청한다면 이번 인가방식·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추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전환 방식·절차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67년 10월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창립한 대구은행은 대구 수성동에 본점을 둔 지방은행입니다. 2023년 3분기말 현재 자본금 7006억원, 당기순이익 3479억원(별도기준 3335억원), 영업이익 4393억원(별도기준 4194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국 6개 지방은행(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 가운데 대구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23년 6월 기준 28.56% 입니다. 부산은행이 30.21% 입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고 인가신청을 위한 물밑 실무작업을 해왔습니다. 금융당국이 최종인가를 내준다면 은행업권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으로 굳어진 5대 시중은행 경쟁체제에서 30여년 만에 지방에 본점을 둔 새로운 플레이어를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