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대웅 기자ㅣ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몸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단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해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재무 상태가 또다시 악화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4일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2% 급락한 8800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규모 중간배당에 의한 배당락으로 11% 넘게 하락한데 이어 2거래일 연속 두 자릿수 내림세를 나타낸 것. 지난달 고점 대비 하락률은 40%를 넘어선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330억원(주당 1270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오는 18일 배당금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가 배당률은 13.5%에 달하며 배당 규모는 올 상반기에 올린 순이익(46억원)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상반기 말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319억원이지만 이를 웃도는 대규모 배당을 실시한 것.
중국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재무 여건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회사는 오랜 적자로 결손금이 발생하자 지난해 자본잉여금 중 1453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동시에 자본잉여금은 대폭 줄었다.
상법상 배당은 이익잉여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대규모 계정 변경을 실시한 것이다. 상반기말 기준 61.5%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측은 이번 배당으로 20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자마자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배당하면서 회사의 재무 상태는 곳간이 빈 열악한 조건으로 바뀌게 됐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 중인 에이블씨엔씨가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대주단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대주주인 IMM PE는 인수 당시 163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하면서 보유지분 전량을 대주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오자 대주단이 연장을 거부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재 IMM PE는 대주단에 연체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에이블씨엔씨 경영권도 대주단에 이전한 상태다. 대주단은 신한금융투자, 신한자산운용, 신협중앙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하고 EOD마저 발생하다보니 투자금 중간 회수를 위해 이번 대규모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주단의 상환 압박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번 대규모 배당으로 유동성 고갈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곳간에 쌓인 현금이 대부분 배당으로 지급될 예정이다보니 신규 판로 확보와 마케팅 등에 필요한 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것. 주가도 배당락 이후 급등 전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수년 동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 2479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79억원, 순이익 4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나갔다. 2020년에는 978억원, 2021년에는 4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적자 끝에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섰는데 회사 곳간을 탈탈 털어 배당으로 내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기한이익상실 상태의 채무에 대한 대주단의 압박이 이같은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