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VB 사태 발생 후 금융권 리스크를 점검한 결과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은행은 예대 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이 총자산의 18%에 불과하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모든 은행이 100%를 초과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 비율로 이른바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 등 단기간에 예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라는 취지의 규제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지난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금융당국은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100%로 맞춰야 하는 LCR을 85%까지 낮춘데 이어 규제비율 정상화 유예조처로 은행권은 오는 6월말까지 92.5%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은행의 외화 LCR도 지난 10일 기준 143.7%로 SVB 사태 여파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의 1인당 평균 예금액은 200만원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원입니다. 인터넷은행의 자금조달은 소액·소매자금(예금자보호대상)으로 이뤄져 단기간내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 역시 여신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고 최근 자금 조달 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동성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유동성 비율은 저축은행 177.1%, 카드사는 358.4%, 캐피탈 202.3%입니다.
보험회사는 국공채 보유규모가 크지만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증권사도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습니다.
미 SVB는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예금이 87.6%에 달할 정도로 거액의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했으며, 예금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에 봉착하면서 36시간 만에 파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 모두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다만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