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손해보험사에서 장기보험 판매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기면서 손해율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험사는 각 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손해율을 직접 비교·대조하는 것은 물론 수치 변동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경쟁사들끼리는 매월 수치를 직접 비교하면서, 타사의 전략을 꼼꼼히 들여다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KB손해보험의 장기위험손해율이 1년 사이 크게 개선된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KB손보의 손해율 변동은 과거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손해율이 높아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빚어진 현상에 불과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손보사 가운데 KB손보의 장기 위험손해율은 2014년 87.6%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82.3%로 1년 사이에 5%포인트 이상 크게 개선됐다. 반면, 다른 손보사의 경우 지난 2년간 손해율이 비슷한거나 조금 높아진 양상을 보였다.
장기보험이란 보험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을 말하는데, 장기보험에는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해 종합(통합)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이 해당된다. 현재 보험사의 장기보험상품 비중은 평균 60%이며, 자동차보험이 15~18%, 나머지 20~25%는 일반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상위 손보사 중에서는 KB손보만 유일하게 큰 폭으로 손해율이 변동됐다. 업계에서도 KB손보의 단기간에 장기 위험손해율이 개선된 점을 주목했다. 보험사가 언더라이팅 강화, 보험료 인상 등의 방법을 동원해도 손해율 1%를 낮추기 어려운데, KB손보는 5%포인트 이상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에서는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상품이다”며 “손해율이 회사 손익에도 직결되는 특성상 경쟁사와도 늘 비교하고 있는데, 최근 업계에서 KB손보의 위험손해율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B손보에서는 손해율 변동의 주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지난 2014년 보험사의 미보고 발생 손해액(IBNR)제도 변경 이슈를 언급했다. 금융감독원이 각 사마다 달랐던 IBNR기준을 표준화하면서 전 보험사에서 기존보다 추가로 IBNR의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해서 손해율에 변동이 발생했다는 것.
미보고 발생 손해액(IBNR)이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회사에 청구되지 않은 사고에 대해 향후 지급될 보험금을 추정해 미리 책임준비금으로 쌓는 것을 말한다. 책임준비금은 회계 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IBNR적립금 규모가 커지면, 보험사 손해율과 수익에 영향을 받게 된다.
같은 시기 KB손보는 미국 법인의 영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2년 연속 1000억원 가량의 미보고 발생 손해액(IBNR)을 따로 적립해야 했다. 제도 변화와 더불어 추가로 쌓은 적립금 때문에 지난 2014년 장기 위험손해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83.3%에서 2014년 87.6%로 급증했다.
이후 미국 법인에 대한 IBNR관련 책임준비금을 더이상 쌓지 않아도 되면서, 장기 위험손해율이 안정세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KB손보는 일부 손해율이 높은 담보를 줄이는 방안으로 입원비 일당과 의료비 등에 대한 가입조건을 강화해 장기 위험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KB손보의 입장에서는 직전년도 보다 일시적으로 높아진 손해율이 원상복귀 했는데도, 업계에서는 큰 폭으로 낮아졌다고 반응한 것이다. 결국 이번 장기 위험손해율 변동은 각 사에서 손해율을 낮춰야 하는 부담이 타사의 손해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인 셈이 됐다.
KB손보 관계자는 “2014년 IBNR 적립금을 쌓는 기준이 좀 더 타이트해지면서, 추가로 돈을 쌓게 돼 손해율이 조금씩 높아졌는데 다시 회복되면서 2015년 장기 손해율이 낮아졌다”며 “나머지는 입원일당을 중심으로 한 생존담보 손해율 관리가 다른 손보사 대비 잘 이뤄진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손보(82.3%)는 지난해 상위 5개사 가운데, 삼성화재 다음으로 장기 위험손해율을 낮게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2015년 77.4%를 기록해 손보사 중 가장 낮았고, 현대해상은 93.7%로 가장 높았다. 동부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각각 87.5%와 84.1%로 평이한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