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대체육이 뜨겁습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동물복지가 화두로 부상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비건이나 대체육을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육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을 때 환경·영양·윤리적으로 인류가 얻게 될 이점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맛’이라는 장벽이 남아 있으니까요. 가격과 명칭,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도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비건 인구 증가와 함께 대체육 시장의 커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대체육이 맛까지 잡고 우리 식탁의 중앙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24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6조6100억원에 달합니다. 한국 시장은 155억원 정도로, 전 세계에서 0.2%에 불과하지만 전년보다 35% 증가하며 성장 중입니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비건 인구가 150만명에서 최대 2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업계에서는 대체육 시장의 성장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다양한 가치가 상호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환경 오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기후 위기가 빈번해질수록 ‘친환경’, ‘저탄소’를 외치는 구호가 힘을 받았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15% 이상을 차지합니다. 식품업계의 탄소 배출량 절반 이상이 동물성 식품 생산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환경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습니다.
특히 MZ세대(1980년~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은 게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들은 친환경 마크를 찾고, ESG 경영에 ‘진심’인 기업과 제품을 선호하니까요.

동물 복지 중요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가혹환 환경에서 가축을 사육하고 잔인하게 도축하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반려동물 인구 수 증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448만명에 이르니까요.
여기에 코로나19는 건강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집콕’ 장기화로 비만 인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한비만학회에 의하면 최근 2년 간 10명 중 4명이 ‘확찐자’가 돼 버린 ‘웃픈’ 상황입니다.
‘식물’은 건강하고 싶은 사람에게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대체육 섭취가 비만 및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 육류보다 콜레스트롤이나 포화지방산 함량이 낮기 때문입니다. 항셍제·호르몬제가 없으며, 단백질은 육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 섭취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모여 국내에서도 비건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비거노믹스(비건+경제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말입니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 트렌드는 식품업계의 대체육 시장 러시에 불을 붙였습니다.
대체육 사업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자체 대체육 브랜드를 만들어 내놨습니다.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를 출범했고 그중 볼로냐 콜드컷을 넣은 샌드위치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하루 2000개 이상씩 팔리고 있습니다. 농심은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 식품에 접목시켰습니다. 오는 4월에는 업계 최초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합니다.
롯데푸드가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선보인 ‘제로미트 너겟·까스’는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고요.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을 만들고 비건 인증 만두를 수출했습니다.

대체육은 환경 보호와 동물권 신장, 건강까지 추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 식사로 삼겹살 대신 대체육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왜일까요. 결국 ‘맛’이 관건입니다. 고기와 ‘같은’ 혹은 고기가 ‘생각나지 않는’ 품질을 구현할 수 있냐가 핵심일 겁니다.
글로벌 대체육 기업 ‘비욘드미트’는 코코아오일·비트 등을 활용해 고기의 마블링과 육즙을 재현합니다. 대체육 완성도가 높습니다. 2020년 한해 5000억원을 벌어들인 데는 이유가 있겠죠. 한국 대체육 시장이 성장세에 올라탄 건 분명합니다. 다만 미국·영국 등에 비해 가공·제조 기술이 아직 부족합니다.
대신 국내의 경우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들이 눈에 띕니다. 대체육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플렉시테리언(간헐적 채식주의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불고기 소스를 활용해 대체육 HMR(가정간편식)을 만든 풀무원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품질 향상을 위해 글로벌 식품 소재·원료 개발 기업들과 잇달아 손잡기도 했습니다.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를 낙점한 배경에도 한국인 육류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점(49.1%)이 반영됐습니다.
결국 ‘맛있는 대체육’을 만드는 게 이 시장에 뛰어든 모든 식품 기업들의 고민일 겁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대체육의 맛이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건 푸드·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건 전문 식당 등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대체육’에 대한 경험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뚜렷한 선두 기업이 없는 국내 대체육 시장에서 누가 먼저 앞서 나갈지 업계와 소비자 모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는 계속 늘어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