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보험회사의 판매채널 중 하나인 GA(General Agency, 독립법인대리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GA의 몸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개월(3월~6월)동안 설계사 500인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형 GA가 8개나 늘었다.
GA의 성장은 보험상품 판매실적과도 직결된다. 보험사가 GA를 통해 상품을 파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손해보험의 경우 전체 실적에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 GA에서 나왔다. 하지만, 생명보험은 손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유가 뭘까?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실적 3조4000억원 중 GA 비중이 2000억원으로, 전체에서 6.1%를 기록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19조2000억원 중 GA에서 8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43.8%를 차지했다.
◇ ‘자동차보험’, GA 실적 1등공신
우선 업계는 GA에서 손보 실적 비중이 생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바로 ‘자동차보험’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거 GA의 출발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면서 활성화됐고, 지금도 상당수의 GA에서 자보상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위 5위사에 속하는 대형 GA중 프라임에셋과 인카금융의 경우, 자보상품을 최초로 판매하면서 GA가 시작됐다. 또 에이플러스에셋이나 피플라이프, GA코리아의 경우도 생보상품 위주로 취급하지만 손보상품 중에서는 자보 판매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보는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GA설계사가 다른 상품을 판매할 때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자보의 경우 1년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보장성 보험에 비해 보험료 단위가 커 판매실적(원수보험료)이 높아지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령, 저축성 상품이나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 단위가 20만~50만원 수준으로 보험사에 들어오는 초회보험료도 같다. 반면 자보의 경우는 보험료가 최소 60만원부터 최대 20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단순 금액을 비교하면 자보 보험료가 훨씬 크다.
한 대형GA 관계자는 “보험의 판매실적은 보통 계약 후 거둬들이는 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자보는 1년치 보험료를 한번에 받기 때문에 단위가 크다”며 “자보를 제외하고 GA에서 생보와 손보상품을 비교하면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보험사에서 GA로 이동하는 설계사 수가 느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하는 설계사 규모가 점점 증가하면 그만큼 상품을 많이 팔기 때문에 비중도 자연스레 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GA소속 설계사 수는 15만에서 19만으로 4만명이나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GA소속 설계사 수는 15만2881명이었지만, 이듬해인 2013년 16만3896명으로 증가, 2014년엔 18만5139명을 기록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설계사 수는 19만2260명으로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 GA 판매 비중, 생보 6% vs 손보 43.8%..이유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종류가 다르면 판매채널에도 영향을 준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사 채널별 판매비중 현황을 보면 생보와 손보의 판매채널간의 실적비중이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2분기) 기준으로 생보는 방카슈랑스 채널의 판매비중이 62.5%로 가장 높았고, 손보는 GA 비중이 43.8%으로 가장 높았다. 생보의 경우 보장성 상품과 저축성(연금상품 포함)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보장성은 대면채널(19%), 저축성은 방카에서 각각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손보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판매해 대리점과 대면 채널(28.7%)이 높은 편이고,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하는 비중은 11.3%에 불과했다. 또 손보의 경우는 생보처럼 방카채널을 이용하는 대신 저축성 상품도 대리점을 통해 주로 판매하고 있다.
금감원 영업검사팀 담당자는 “생보는 보장성과 함께 저축성보험을 팔기 때문에 은행에서 적금과 예금상품과 함께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손보는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장기보험을 취급해 GA에서의 실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한화생명 등 자사형 GA설립..앞날은?
GA시장의 거대화는 중·소형사에 이어 대형 생보사들도 GA시장에 진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봄 한화생명이 자사형 GA을 설립한데 이어 8월 삼성생명이 설계사 500명 규모로 자사형 GA를 출범했다. 앞서 라이나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자사형 GA를 세워 자사 상품과 손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GA시장에서의 실적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대형 GA가 많은데다 설계사 500명이상인 대형 GA도 45개(6월 말 기준)나 있다.
또 시장에 먼저 진출한 자사형 GA의 경우, 수익측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기대가 큰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다만, 삼성이나 한화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 설계사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얼마나 GA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복수의 대형 GA 관계자는 “대형보험사가 출범한 GA는 자사출신 설계사로 구성하는 등 GA로 떠나는 설계사를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인 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진출한 자사형 GA가 영업에서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위기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