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현대해상이 '소송 총량제'를 도입, 소송 건수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올해 1월부터 손보업계 최초로 '소송총량제'를 공식 도입해 실시하는 등 소송 건수를 줄이기 위한 내부 절차를 강화했다. 한 해 동안 채무부존재 소송을 할 수 있는 건수를 자체적으로 제한해, 민원인과의 소송건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채무부존재 소송이란 '실질적인 채무가 없다'고 판단해 진행하는 소송으로, 보험사에서는 민원인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보험금 지급 면책사항)고 판단하면 이 소송을 하게 된다.
보험사의 소송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히 보험금 관련 소송이 가장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보험 민원은 전년(3만 9345건) 보다 3879건이(13.2%) 늘어난 총 4만4054건이 접수됐다. 대부분의 증가 원인은 보험금 산정과 지급 관련 민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채무부존재 소송은 보험금 지급에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보험사에는 꼭 필요한 소송이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보통 소송으로 가기 전 민원으로 접수가 되며, 이는 보험사의 민원등급에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또 금융당국에서도 가급적 원만한 합의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의견을 수렴, 현대해상은 채무부존재 소송 진행을 한층 더 신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대해상은 올해 1월부터 소송총량제를 도입, 기존 보다 소송건수를 30% 정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원인과의 소송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를 명확히했다. 소송 사안에 따라 실무팀-법무팀을 거친 후 본사 준법감시팀에 검토를 의뢰, 의사결정에 정확성을 기하고 있다. 소송결정이 법률적인 문제가 있는지, 부조리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회사에서 불필요한 소송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올해 1월부터 소송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법무팀에서 법리적인 기준으로 소송 진행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고위관계자는 "채무부존재 소송 관련해서 (내부)프로세스를 강화해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며 "실제로 케이스에 따라 준법감시팀에서 검토를 한 후 소송 진행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 업계에서도 민원인과의 소송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할 경우 규정된 내부 절차를 강화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은 실무팀에서 먼저 소송여부를 결정하고 송무파트(혹은 법무파트)에서 최종 심의를 결정한다. 실무팀에서 소송이 결정된 사안도 송무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송무팀에서 안건에 대해 심의를 할 때 과거 법원 판례 등을 보고 검토를 한다"며 "송무팀에서 인가를 해야 소송을 가는데, 반려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도 다른 손보사처럼 채무부존재 소송의 절차를 강화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채무부존재 소송의 경우는 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며 "소비자보호 자체가 점점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2014년 손해보험사에서 분쟁 중 소송으로 진행한 건수는 총 953건으로 이 중 보험사의 소송은 총 880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