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중국을 제외한 모든 글로벌 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따라 해외로 진출한 부품업체들은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는데요.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현대차의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터키공장이 이날부터 4월 13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러시아 공장도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문을 닫습니다. 앞서 미국과 인도, 체코, 브라질 등 해외 공장들이 연달아 가동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에 의하면 현대차의 연간 총생산량은 450만대 수준이며, 이 가운데 해외 생산 비중은 62%(280만대)에 달합니다. 정상가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공장은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지만 내수 물량을 공급하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약 18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공장은 지난 1월에 생산을 중단했다가 이달 들어 재개했는데요. 이곳은 유일하게 문을 연 해외공장이지만 코로나19 여파와 판매 부진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생산 차질’보다 ‘수요 절벽’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통행금지와 외출 제한, 국경 봉쇄 등을 결정한 상황인데요. 소비 심리 위축을 넘어 정상적인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워진 셈입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차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 공장이 정상가동되더라도 제조사의 고정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며 “수요만 있으면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급감에 따른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했는데요. 현대·기아차를 따라 해외로 진출했던 국내 부품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되면 곧장 완성차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조 연구위원은 “가뜩이나 이윤이 낮은 국내외 부품업체들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며 “부품업체들이 현 상황을 버틸 수 있도록 (정부와 원청업체가) 적극 지원해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부품이 정상 수급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