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 겸임교수] 중국의 공유 자전거가 ‘가짜 공유경제(伪共享经济)’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인들로부터 자전거를 기부받아 운영하면 된다.
문제는 이 방식을 자전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만족도와 소유비용의 문제다. 누구나 자전거 한 대면 그만이다. 유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자기 자전거의 소유권을 이전시키고, 그 대가로 ‘수시로 다른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둘째, 유지비의 문제다. 설사 자전거를 기증받았다고 해도 마모와 관리 상태에 따라 유지·보수 비용이 달라진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셋째는 사회간접자본 문제다. 광둥(广东)성 광저우(广州)를 보자. 광저우에 공유 자전거가 처음 선보인 때가 지난 해 9월이다. 현재 광저우에만 약 15만 대의 공유 자전거가 운행 중이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길로 나서 보자. 자전거를 위한 공공 시설물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도로는 차량 전용이다. 자전거는 한마디로 왕따 신세다.
게다가 공유 자전거가 갑작스럽게, 게다가 대량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온 탓에 거리 질서가 돌연 혼란스러워졌다. 도시환경관리, 교통관제, 설비관리 등 도시관리 전반에 걸쳐 파열음이 그치지 않는 상태다.
넷째, 시민들의 교양 문제다. 우선 무질서한 정차다. 보증금도 그리 크지 않고(300위안-약 5만원), 대여비(5毛-약 90원)도 싼 탓이다. 자전거는 아무 데나 처박혀 있기 십상이다.
최근 한 편의 동영상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몇 명의 젊은이들이 야밤에 주장(珠江) 강변에서 십 수대의 공유 자전거를 차례로 들어올려 강물 속에 던져 넣는 장면이다. 이들은 한편으론 던지고 한편으론 환호작약했다.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공유 자전거 한대가 가로수 중간 가지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다. 달린 댓글도 기막히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얼마나 팔 힘이 세야 자전거를 저리 높이 들어올릴 수 있는 거지?”였다.
비단 광저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들어 공유 자전거가 등장하기 시작한 선전(深圳)과 상하이(上海)도 예외는 아니다.
다섯째, 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지난 해 10월18일 ii미디어가 발표한 『2016년 중국 자전거 대여시장 분석보고』에 따르면 1주일 이상 지나야자전거 1회 대여가 26.9%, 5~7일에 1회가 24.5%, 3~5일에 1회가 14.2%로 나타났다.
사흘 이상이 지나야 1회 자전거를 대여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0%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 대여료가 고작 100원 안팎인 상황에서는 하루에 수 차례 대여해야 비로소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여섯째, 자전거 자체의 한계다. 자전거는 운행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한밤중에는 타기 어렵다. 기후 영향도 적지 않다. 북방은 너무 춥고 남방은 너무 덥다. 눈비 오는 날에는 아예 탈 수도 없다.
일곱째, 지역적 제한도 많다. 서부 지역에는 현재 차 다니는 길조차 없는 곳이 적지 않다. 일반 서민들에게 아예 자전거 타는 습관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여덟째, 대여 외에 다른 수익모델을 찾기에도 적당치 않다. 광고판을 달려고 해도 부착 장소가 너무 협소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공유 자동차에서 가능했던 ‘예약 애플리케이션 위에 소개되는 수리·관리·보험·장식 등 차량관련 시장에 대한 광고’가 자전거에는 불가능하다. 고객이 앱에 오래 머물지 않는 데다 그런 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유 자전거 앞에는 이렇게도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런데도 공유 자전거로 자본이 몰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모두 17곳이다. 이 가운데 ofo가 2014년, 모바이가 2015년에 출범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16년, 즉 지난 해에 생긴 회사다. 융안(永安)은 2010년에 설립됐지만 공유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역시 지난 해다.
이들의 자본 유치 실적을 보자. 지난 해 10월 7일 샤오밍(小鸣)은 1억 위안(약 18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투자자는 스포츠 사이클 제조업체인 카이루스(凯路仕)의 덩융하오(邓永豪) 회장이다.
같은 해 10월 10일 오포(ofo)는 1억30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는 디디(滴滴), 샤오미(小米), 그리고 중신(中信)이었다. 모바이도 최근 투자유치를 발표했다.
투자자는 미국의 힐하우스캐피털, 국제적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 텅쉰(腾讯), 훙산(红杉)이라고 발표했다. 유바이(优拜) 자전거는 아직 시장진출조차 못한 상황인데도 1천만 위안(약 18억원)의 초기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중국내 투자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불투명한데도 이처럼 자본이 몰리는 것은 전형적인 쓰이타이 효과”라며 “누가 먼저 시장을 석권하느냐에 목숨을 거는, 가진 자들의 무리한 자본게임으로 변질됐다”고 진단한다. 조만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 자전거에게 생존의 길은 없는 것일까?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지원이 핵심요소”라고 처방했다. 사회적 신용거래체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계약정신을 고취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자전거 도로와 관련 설비를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전거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보급률과 사용빈도를 늘릴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유 자전거 업체가 해야 할 일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운용효율을 높여 비용을 낮추고, 보증금 제도를 활용한 금융투자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출발은 요란했던 중국의 공유 자전거. 어떻게 살 길을 찾아낼 지, 그것은 허공에 ‘큰 빵’만 그려 놓고 눈먼 투자를 긁어모았던, 공유자전거 창립자들이 답해야 할 몫인지도 모른다.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