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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나는 잘 썼는데, 심사위원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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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rch 03, 2014, 14:03:01

[언론고시 특강] ⑰

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작문 모의고사 채점 후 강평을 위해 한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무조건 점수를 후하게 주지 말고, 날카롭게 점수를 주고 조언을 해주라는 그곳 교수님의 말씀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독설을 퍼부었다. 물론 강의 시작 전에 "독설을 원하지 않고 감언이설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해 주겠다"는 공지를 한 채로 말이다.

 

1/3 정도의 학생은 꽤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준비한 독설과 함께 제안점을 제시했다. 1명은 아예 흠을 잡을 것이 없었고, 1명은 꽤 잘 썼고, 3~4명 정도는 조금만 다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제는 필기시험에서 탈락하거나, 필기시험에서 약 10등정도 할 법한 사람들인데 자신은 엄청 잘 쓴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장수의 나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꽤 높다. 필기시험은 무조건 통과하고, 최종까지 올라가는데 왜 나는 자꾸 떨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5명을 뽑는데 딱 10등을 하니, 아무리 이후 전형을 잘 치러도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기시험에서 1~2등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답안을 더 정교하고 참신하게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평가 도중 한 학생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중독에 빠진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자신은 현대인의 삶에 대해 자신은 풍자와 해학을 살린 한 편의 단편소설을 잘 썼는데, 내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언론고시생들 사이에서 글 좀 쓴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착각이요, 필자 역시 수험 시절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물론 채점을 했던 필자가 잘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걸 배제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심사위원 역시 자신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주제의식을 찾아내려고 재차 읽어보면서 답안을 탐구할까. 많게는 1000장 이상을 하루에 채점할 수도 있는 심사위원들이 말이다. 대개 언론사의 논술 및 작문 채점은 120~1000장 정도를 3명의 심사위원이 각각 읽어보고 채점 결과를 공유한 뒤, 최종 점수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하루 이틀 시간에 말이다.

 

# 감언이설에 수험생 글 실력 망쳐

 

다른 자리에서 만났던 한 언론고시생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한 줄 한 줄씩 세밀하게 첨삭을 해주는 학원들이 생겨나면서, 학생들이 논리적인 평가를 원하나 봐요." 그렇지 않다. 한 줄 한 줄 해주면서 잘한 부분도 꼼꼼히 알아주는 강사의 감언이설에 중독된 셈이다.

 

스터디 그룹에서 진행하는 '찬사형 강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로 글을 보고 강평을 해야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내뱉는 '착한 글인 것 같아요' '내용이 좋네요' 같은 문장은 글 실력 향상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차라리 논지가 이상하거나, 사실이 틀린 걸 잡아내 주는 것이 상대방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요, 그 팩트를 두고 토론을 하거나 말싸움을 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스터디 그룹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쭉 봤을 때 '아 그다지 잘 쓴 글은 아닌데'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 논술이나 작문 시험에서 1~5위 안에 들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후배들을 실제로 언론사에 합격시켜본 멘토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글 꽤 쓴다고 자부하는 학생 중 일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글을 잘 썼는데, 심사위원들이 평가가 이상한 것 같아." 아큐정전의 정신승리도 아니고, 혼자 계속 정신승리하다가는 수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정신을 차려 보면 자신보다 한참 못한다고 생각했던 신참 수험생 후배가 벌써 합격해 선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멘토링을 했던 23세 여대생이 입사준비 6개월만에 덜컥 주요 언론사에 합격했다. 함께 공부하던 장수생 선배들 중 상당수가 언론고시를 포기했다. 어쩌면 이들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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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카페 운영자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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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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