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금융위기 이른바 '그린스완(Green Swan)'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행 기후리스크 관리지침서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와 기후리스크를 고려한 자산건전성 평가조항 추가 의향을 묻는 김현정 의원 질의에 "장기간에 걸친 기후변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기후, 에너지, 금융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가정이 필요해 의무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등 물리적 리스크와 정책·기술 및 시장변화로 인한 전환리스크로 자산가치 변동을 초래해 금융·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관리제도입니다.
금감원은 해외사례를 들어 자율규제를 주장하지만 기후리스크로부터 금융안정을 최우선하는 국제적 흐름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가 시스템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상 의무화 조처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EU는 2023년부터 기후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은행에 법적 구속력 있는 감독결정을 내리고 미이행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등 실질적 제재로 이행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영국 건전성규제당국(PRA) 역시 명확한 감독기준을 제시하고 미준수 기관에는 개선계획을 요구하며 추가조치를 동원하는 등 이행을 압박합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격년 주기로 정례화해 상시감독체계로 제도화했습니다.
금감원은 그린스완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체 NGFS(녹색금융네트워크) 회원으로서 '기후리스크를 금융안정성 모니터링 및 감독에 반영해야 한다'는 국제적 권고를 이행할 책임이 있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올해 3월 발표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분석에서 "전환이 지연될수록 충격은 더 급격하다"고 경고하며 일부 은행은 특정 시나리오 하에서 규제자본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정작 의무화 조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금감원과 함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 공동참여한 한국은행은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기후리스크가 금융안정을 훼손하는 핵심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리스크 관리지침서 개선, 예상외손실 대비 강화, 녹색·적응투자 활성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기후리스크 관리지침서 개선과 관련해 자율규정으로 되어 있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 및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ESG 전문 싱크탱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도 '2025년 새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정책' 보고서를 통해 "기후리스크가 금융기관 자산건전성과 안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 의무적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감독당국 역할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기후리스크는 미래 불확실성이 아니라 현재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명백한 현실이며 전환이 지체될수록 기후충격은 더욱 커진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금감원의 소극적 태도는 골든타임을 놓쳐 국가의 금융안정성 전반을 위협하고 국민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에 적극적인 조처를 요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