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 빅3가 소명자료 제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자살보험금 미지급건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한, 영업권 반납, 일부 정지 등의 내용을 포함해 초강력 징계조치를 통보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소명자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1월 대법원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근거로 삼을 전망이다.
◇ 삼성·한화·교보생명, 8일 소명자료 준비 '총력전'
현재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로는 생보사 빅3가 유일하다. 지난 5일 알리안츠생명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결정하면서 남은 자살보험금에 대한 관심이 생보사 빅3로 쏠린 상황이다.
이들 보험사의 미지급보험금와 지연이자를 합치면 3000억원대 규모다. 삼성생명의 경우 미지급보험금은 약 1600억원이며, 교보생명은 1134억원, 한화생명은 900억원가량 된다.
생보사 빅3는 각 회사별 경영기획실을 필두로 법무팀, 사고보험금 지급심사팀 등과 함께 소명자료를 준비 중이다.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소멸시효건에 대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와 징계수위 조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에 소명자료 제출을 앞두고 있어 회사 입장을 소상히 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소명자료가 향후 징계수위 결정에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이유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보험금 지급건은 여러가지 사안(배임 등)이 걸린 복잡한 문제다”면서 “현재 소명자료 준비를 하고 있어 그 전에 회사의 공식입장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후제재 강화하겠다던 금감원 '초강수' 징계 예고했지만..
지난해 보험산업 자율화 이후 사전규제에서 사후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생보사에 초강수 징계조치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오는 8일 생보사 빅3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받은 후 당국의 입장을 정리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중징계 조치에 대해 대법원에서 이미 판결이 난 사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징계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 해임권고, 영업권 반납 등 무리수를 뒀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법무팀도 이번 제재조치를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보험사가 금감원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징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 의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최종결정까지는 여러차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재심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징계를 통보한 보험준법감시실이 제재심에 (징계결정에 대한)공을 넘겼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표이사 해임권고에 영업 정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보험사가 적극 소명할 수밖에 없다”며 “(준법감시실이)중징계를 예고했지만 징계수위는 낮아질 수 있어 결정권을 제재심에 넘기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목요일 재제심의원회를 연다. 현재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한 생보사에 대한 징계 결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이달 말이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