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항목 표준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금융당국의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이 발표된 후 비급여 항목에 대한 코드 표준화 작업을 위해 TF팀을 꾸려 추진해 왔다. 하지만, 비급여 실태조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오는 12월 실손보험 개편안에 대해 발표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비급여 항목 코드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됐다.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단독형과 단독+특약형으로 바뀌는 것과 함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이 28일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의료계, 학계, 소비자 단체, 언론인 등 13명의 패널이 참석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코드 표준화 ▲상품구조 개선안 ▲ 기존 가입자 혜택 등이 주된 내용이다.
우선,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현황 파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현재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건당국이 전혀 관리를 안하고 있어 실태 조사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비급여를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이 최근 발의됐다고 하는데, 제대로 이뤄질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중 생명보험협회 본부장은 “특약형 제도로 분리하는 등 상품 구조 개선과 함께 도수치료 등 비급여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비급여 항목 관리가 강화되면, 보험사의 실손보험의 특약 보장범위가 지금보다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비급여 항목 표준화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실태조사, 가격조사 등도 표준화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면서 “복지부 자체 TF 구성을 통해 여러 유관기관과 협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실손보험의 상품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박소정 서울대학교 교수는 “기본형과 특약형 분리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찬성한다”면서도 “특약형 상품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인데, 현재 비급여가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 4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창 홍익대학교 교수는 “소비자 측면에서 단독형과 특약형 2가지를 판매한다면, 보장 범위와 보험료 인상 측면에서 비교 공시가 투명해지고, 이 경우 시장질서가 관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단독형 상품 판매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김홍중 생보협회 본부장은 “단독형과 특약형으로 나누는 것은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상품 판매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보험사가 스스로 판단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에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할인폭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본부장은 “보험료 환급제도 방안과 관련해 현재 보험사가 보험료 환급 재원을 따로 쌓는 등 마련하고 있지 않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개편되면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도 쉽게 상품 전환할 수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기존 실손을 포함해 패키지 상품에 가입한 경우 추후 단독형으로 전환을 원할 때 언더라이팅 등의 불이익 없이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품을 나눠 소비자의 혜택을 넓히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찬성하면서도, 가입자 부담금 상향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리실장은 “실손보험 일부 항목으로 인해 선의의 가입자 피해가 생기고 있어 2가지로 나뉜 상품개선 방안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과잉진료 등의 항목을 추가해 가입하는 특약형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을 조정하거나 적정한 보상한도 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주형 금융위 과장은 “현재 비급여 특약형 구조에 대한 본인부담금 상향폭과 보험료 환급 및 할인제도를 고려하고 있는데, 특히 할인폭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단독형 상품 구조로 개편되면, 사업비가 적은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한 당부 의견도 나왔다. 이창준 복지부 과장은 “비급여 항목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공적보험기구에서 민간보험을 맡는건 어렵다”며 “보험협회가 전문심사기관을 별도로 설립하는 등 자체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 관리는 금융위와 보험업계, 의료계 등에서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면서도 “보험업계도 그동안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 부분을 잘 활용해 자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의 객관성 부분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