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국내 금융투자업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과 투자자 특성에 맞는 진출전략을 결합해 꾸준히 추진해 간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세미나에 참석, "과거 수십년간 공고하게 유지돼온 전통 금융권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변화의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과 빅테크·핀테크 등 다양한 플레이어, 그리고 다양한 취향과 투자수요를 가진 투자자들이 있다"면서 "전통적인 자본시장 분야 즉 그들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라 새로운 운동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무한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업계 스스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금융투자업자로서 비전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담대한 목표설정이 필요하다"며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절대적인 자본규모나 업력에서 글로벌 IB에 비해 부족한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세계무대 주역이 된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지난해부터 수십년간 쌓여있던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을 하나씩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정부는 한국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더 이상 공허한 구호로만 남겨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한 지원 의지를 밝혔습니다.
전날 '금융산업 글로벌화 TF' 회의 후속조처로 마련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서 회장은 "올해 10주년이 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는 대형 증권회사들을 5조~9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춘 대형 플레이어로 급성장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증권회사 순이익은 2008년 2조원에서 2021년 9조원으로, 국내 증권회사의 해외법인 자산총계 규모는 2021년말 259억 달러(한화 33조원)로 크게 증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가계 금융자산은 여전히 예금 중심으로 성장하고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인한 투자자 신뢰 하락과 비판 여론, 부족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한계를 맞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단일거래소 체제 유지, 은행 중심의 지급결제망, 중소기업 자금공급의 다양성 부족, 다층적인 자산운용 규제체계(상품규제+비율규제)를 적용하는 보수적이고 경직적인 퇴직연금 운용규제 등 한국 자본시장의 낡은 인프라와 규제도 지적했습니다.

서 회장은 '10년내 아시아 톱3 투자은행(IB) 탄생'을 위한 제언으로 ▲정부와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산업은행 등과 초대형 IB간 해외 프로젝트 컨소시엄 협의체 구성·운영 등 해외진출 촉진정책 마련 ▲성장기업에 대한 모험자본의 장기공급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초기 안착 등 증권사 IB 역량 강화 ▲법인지급결제 및 외국환은행과 동일 수준의 외국환업무 허용 등 은행권 중심의 폐쇄적인 인프라 공유 등을 내놓았습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IB'의 과제로 업무범위 확대를 꼽았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산업 디지털화로 '전업주의' 대신 '겸업주의'가 대세가 되어 업권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법인지급결제나 특화은행, 수탁 등 업무범위 확대를 통해 IB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업 여수신이나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엄격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토큰증권 등 혁신상품 중개 및 투자 확대,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업금융 역량 강화와 함께 단기 회사이익 중심에서 중장기 고객이익 중심으로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전사적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과 신뢰회복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자산운용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 주제발표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중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운용사가 전세계 100위권 수준으로 세계 1위 운용사(BlackRock) 운용자산의 2.5%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추진과제로 운용사 대형화·국제화, 일반사모펀드와 기관전용사모펀드간 통합 등 사모펀드 제도 개편, 투자신탁형에서 투자회사형으로 전환을 제언했습니다.
금융위는 앞으로 세미나를 잇따라 개최해 글로벌 영역 확대, 뉴노멀 대응, 투자자 수익·편익 제고, 금융투자업 역량강화 등 4대부문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