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정석규 기자ㅣ지난해까지 주식투자를 계속하던 직장인 김 모씨(29)는 요즘 스마트폰 주식 앱을 켜지 않고 있습니다. 계좌에 찍힌 평가손실이 예상을 벗어난 지 한달째라 확인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지난해 불어닥친 ‘동학개미운동’ 분위기로 주식투자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하락장을 맞았습니다. 김씨는 "늦었지만 시간 날때마다 채권이나 고배당주같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년째 주식투자를 이어온 이 모씨(33) 역시 연일 하락하는 증시에 근심이 깊습니다. 이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큰 악재 투성이라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계좌를 그대로 두고 장기간 반등을 기다릴 지,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 적금이나 들어야 할지 고민중이다"고 토로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 3월 17일 발표한 '2021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2030세대 주식 소유자가 전체 개인 소유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1.7%에서 35.7%로 높아졌습니다. 특히 20대는 전년보다 91% 증가한 204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30대 소유자는 286만명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습니다.
2020년 이후 주식시장에 진입한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적립식투자·안전마진투자' 등에 비해 테마주를 비롯 급등주 투자 인기가 컸습니다. 특히 당시 펜데믹 상황을 반영한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테마주가 대표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2030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했고, 이같은 투자패턴은 금리 인상 시기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은은 연 0.5%까지 내려간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0.75%로 올린 뒤 인상을 계속해 지난 5월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높아져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반대매매는 주식 가격 변동 등으로 미수거래와 신용융자거래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증권사에서 담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입니다. 반대매매 주문은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산정되기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3곳의 합산 개인투자자 담보 부족 계좌는 지난달초 1018개에서 지난달 22일 1만1829개로 11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지난달초부터 3주간 코스피는 12%, 코스닥은 19.8% 하락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13일 코스피가 하루만에 3.52% 하락하자 하루 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8%를 기록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현재 약 19조5000억원(코스피 10조4000억원, 코스닥 9조1000억원)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3년 평균 수준인 9조5000억원대까지 하락해야 반대매매 물량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매매 공포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도 줄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9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13거래일 연속 감소해 2020년 11월 30일(17조9401억 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17조원대로 떨어졌습니다.
2030세대 출구전략 고심..고배당주·채권·예금상품 주목
그동안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에 집중하며 '빚투'까지 불사했던 2030세대들도 복합적인 악재 앞에서 출구전략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은 고배당주·채권·예금상품 등을 출구전략으로 꼽고 있습니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일찌감치 연 3.0%를 넘겼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연 3.05%, OK저축은행은 연 3.3%로 정기예금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서울 HB저축은행의 'e-회전정기예금' 금리는 연 3.55%로 현재 전체 저축은행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시중은행도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2022년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만기까지 유지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6개월 만기 시 연 2.45%, 18개월 만기시 연 3.20%의 금리를 제공합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는 만큼 시세차익보다 배당을 우선시하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모색할 것을 추천합니다. 이에 따라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금리는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가정 아래 가장 유망한 투자 전략은 저PBR·저PER·고배당 등이다"며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보수적인 지수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고배당 종목과 저평가 종목 간 수익률 괴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고 분석했습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 헤지의 대안에서 배당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분기배당의 현금흐름 수취와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종목의 바닥을 고민할 시기로 생각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는 금융주가 있습니다. 지난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급한 배당금은 총 3조7505억원 규모입니다. 배당성향은 KB금융 25.97%, 하나금융 25.6%, 우리금융 25.3, 신한금융 25.2%로 모두 25%가 넘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까지 배당 성향을 30%대로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신한금융과 KB금융 등은 분기배당을 실시합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주는 금리 상승과 양호한 실적, 높은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소각까지 흠 잡을 곳이 거의 없다"며 "경기침체 우려와 정부규제 우려로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지만, 주가도 점차 실적과 업황을 반영할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