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인더뉴스 부·울·경

Stock 증권

[물적분할의 덫] ①쪼개고 또 쪼개고…중복상장에 발목잡힌 韓증시

URL복사

Wednesday, January 12, 2022, 07:01:00

물적분할 기업 2년새 50%↑..10조이상 대기업은 3배 급증
모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더블카운팅 발생..주가 하락 이어져
코스피 지지부진의 한 요인
“제도 개선 시급” 투자자 원성 고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물적분할에 이은 자회사 상장을 시도하자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모회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증시만의 독특한 현상입니다. 미국 증시가 신고가 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으로도 꼽힙니다. 사업체는 한 곳인데 두 곳의 상장사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이른바 '더블카운팅'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떠한 개선책이 있는지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한국 증시가 물적분할의 덫에 빠졌다. 최근 들어 대기업,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나서다 보니 투자자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년(2020~2021년) 사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진행된 물적분할 건수는 113건에 달한다. 이는 직전 같은 기간(2018~2019년) 77건에 비해 약 50% 늘어난 수치다. 특히 시가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접 물적분할을 결정한 곳은 같은 기간 2곳에서 6곳으로 급증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이같은 행위가 재작년 LG화학을 기점으로 잇따르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자금 유치를 진행 중이다.

 

물적분할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을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신설한 뒤 지분을 소유하며 자회사로 두는 개념이다. 문제는 신설 법인을 별도로 증시에 상장시키다보니 소위 ‘더블카운팅(중복 계산)’ 이슈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정 사업부문이 두 곳의 기업을 통해 동시에 평가받게 되다 보니 한 곳에서는 할인이 적용되고 이로 인해 기존 자회사를 품고 있던 모회사의 가치 하락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없이 자회사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 핵심 사업을 떼어감에도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 지분을 받지 못하는 구조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코스피 발목잡는 대기업 자회사 상장

 

2018~2019년만 해도 대기업(시총 10조 원 이상) 사이에서 물적분할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직접 물적분할을 결정한 곳 자체가 네이버와 SK이노베이션 등 두 곳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신설 법인이 상장된 경우도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9월 LG화학의 분할 결정 이후 물적분할 결정과 자회사 상장이 줄을 이으면서 이 이슈는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우려는 중복 상장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다. LG화학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 CJ ENM, 한화솔루션 등 물적분할 여파로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 이후 지난해 초 105만 원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이후 부진을 겪으며 최근 61만 5000 원(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으로 4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많은 자회사를 최근 무더기로 상장시킨 카카오도 더블카운팅 여파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자회사 상장에 나선 결과는 코스피 지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규모는 작년 초 약 2028조 원에서 작년 말 2203조 원으로 약 9% 늘었지만 코스피 지수는 약 1% 상승에 그쳤다. 이 역시 대규모 IPO가 줄을 이으면서 디스카운팅과 수급 분산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올해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물적분할 후 상장 예정인 대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높아지는 제도개선 요구 목소리

 

전문가들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라는 수순이 기존의 모회사 투자자 다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의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또한 자회사 상장 이후에는 더블 카운팅 이슈에 직면하게 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가 있다 보니 미국의 경우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글, 유투브 등을 품고 있는 알파벳은 100여개의 유망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사는 유일하게 알파벳 단 한 곳이다. 일본에서도 최근 통신그룹 NTT가 자회사 NTT도코모를 공개매수하며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는 등 국내 증시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을 시작으로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투자자들의 원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포스코는 최근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자회사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달 13일 청와대 국민 청원에 ‘POSCO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 분할 시도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투자자들은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적분할 발표 당일 포스코 주가는 4%대 급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나섰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모회사, 자회사 동시 상장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관련 내용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방향이나 일정 등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높아진 불만은 정치권의 변화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배당하거나 공모단계에서 신주인수권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배너

More 더 읽을거리

양귀남 기자 Earman@inthenews.co.kr


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이창용 총재 “하반기 금리인하 어려울 수도”

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이창용 총재 “하반기 금리인하 어려울 수도”

2024.04.12 12:54:1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올해 세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 기준금리(연 3.50%)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연 3.50%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조정없이 10연속 동결됐습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며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습니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두달 연속 3.1%를 기록했습니다. 올 1월 2.8%로 떨어지며 2%대 진입했다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다시 반등한 것입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이나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 관련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만큼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에 대해선 "소비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돼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성장경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1월말부터 기준금리가 연 3.50%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전환 시기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다시 안정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농산물 물가상승에 대해선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며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