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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창살없는 아나운서 '스터디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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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18, 2013, 10:11:11

[박은주의 마이크]

언젠가 한 방송사 합숙에 간 날 깜짝 놀랐다. 10명의 지원자 중 7명이 전에 함께 스터디를 해봤거나 스터디 중인 사람들이었던 것. 그만큼 나는 준비생 시절 많은 스터디에 참여해 실기 연습을 했다. 지금 내 인맥의 8할도 그 때 만난 스터디원들이다.

 

대학 졸업 후 백수상태에서 아나운서 시험 하나만 바라보며 준비를 하다 보니 무기력함과 나태함에 빠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혼자 연습하기보다는 일부러 더 많은 스터디에 들어가 내 자신을 바쁘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다양한 방송사 공채의 솔직한 후기와 준비요령을 접할 수 있었고, 힘든 시간 함께 할 동료들을 만나 동기부여와 심리적 안정감도 얻었다.

 

그 때 신촌·이대·강남역을 찾아 세 개의 스터디에 참여하다보면 하루가 정말 금세 지나갔다. 아침에 집을 나와 스터디를 마친 뒤 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백화점이나 지하철 화장실 등에서 양치질을 하고서 또 다른 스터디로 향하곤 했는데 그때 쓴 일기를 보면 집에서 양치질을 하고 싶다라는 글귀가 있다. 아나운서가 된 훗날, 우연히 그 글을 읽고 울컥한 적도 있다. 준비생 시절의 나는 스스로 만든 스터디 감옥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내 합격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왔기 때문. 특히 2006MBC 필기시험 문제가 강남역 6번 출구를 나섰다라는 첫 문장에 이어 작문을 쓰는 것이었는데 이때도 나는 스터디 감옥경험을 작문 소재로 십분 활용했다. 당시 상식 시험을 망쳤지만 필기 전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글에 드러난 내 노력과 열정을 심사위원께서 예쁘게 봐주신 덕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스터디를 열심히 하자!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아나운서 아카데미 과정은 시작반과 심화반으로 나뉘는데, 보통 시작반 수강을 마치고 어느 정도 기본기가 쌓인 상태에서 실기 스터디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주로 아카데미 같은 반 친구들끼리 수업 전후로 모여서 발성 연습을 한 뒤 수업 내용을 예습, 복습하는 식으로 출발한다. 그러다가 심화반을 수강하며 실력이 쌓이면 자체 커리큘럼을 짜서 훈련하면 된다. 또 점차 아카데미 내 다른 반 수강생과도 스터디를 짜보고, 수료 후에는 언론고시 카페의 스터디 모집 코너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연습해 보자.

 

그런데 요즘은 여러 곳에 지원 메일을 보내도 전혀 답이 없어서, 아나운서 스터디 들어가기가 방송국 입사 뺨치게 어렵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학력·나이·아카데미 수료 여부·시험 경력·각오 등을 보고 나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스터디원을 선발하는 데다, 실력이 좋은 스터디일수록 방송 경험자를 선호하다 보니 초보 준비생일수록 스터디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럴 때는 메일 제목부터 달라야 한다. ‘스터디 신청합니다.’, ‘카페에서 보고 연락드려요.’ 식의 형식적인 문장이 아니라 스터디원으로 반드시 저를 선택하세요!’, 또는 저와 함께하시면 합격하는 속도는 빠름~ 빠름~ 빠름~!’, ‘낯선 스터디에서 합격의 향기를 느꼈다!’, ‘2014KBS 아나운서, 바로 우리들입니다.’와 같은 제목으로 남다르게 어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메일 내용 역시 초보라 아무 것도 모르지만 괜찮다면 연락주세요.”라는 소극적인 글보다는 제가 아직 초보지만 최고급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어 분명 스터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귀명창입니다. 다른 사람 오디오 모니터 귀신같이 해요처럼 자신있게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는 편이 좋다.

 

자신이 직접 모집 글을 올리고 스터디원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 스터디마다 거듭 퇴짜를 맞고 애간장을 태우던 처지에서 하루 아침에 스터디원을 재고 고르는 입장으로 상황 대 역전이 가능하다. 다만 실력 좋은 준비생들이 스터디에 실망하고 바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스터디 리더로서 일정, 장소예약, 커리큘럼, 결석과 지각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아나운서 실기 스터디의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시행방법, 주의점에 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한다.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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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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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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