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25년 동안 LG그룹을 이끈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 발인이 치러졌습니다. 유족과 LS·GS 등 ‘범LG가’ 총수들, LG그룹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이 발인을 지켰습니다.
LG그룹은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별도의 영결식 없이 발인을 진행했는데요. 이날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이 대표로 추도사를 읽었는데요. 이 이사장은 “회장님은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쓰시고, LG의 역사였다”면서 “LG의 20만 임직원이 가슴에 새기고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 경영이 바로 회장님의 경영사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장과 연구 현장에 가기를 즐기고, 현장 사원들과 같은 눈높에서 말씀하시고, 너털웃음을 나누던 큰 형님 같은 경영인이셨다”며 “우리 모두 감사하고, 존경하고, 잊지 않겠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LG그룹 임직원 중에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정도현 LG전자 사장 등이 아침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습니다.
이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동업관계로 LG에서 계열분리됐던 GS그룹 총수 일가도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 시대 앞서 21세기 선진 기업경영 개척..고객중심 경영 효시
앞서 추도사에서 언급한대로 구자경 명예회장은 재계의 혁신가로 평가받습니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진 기업으로 도약에 앞장섰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국내 민간기업으로 최초로 기업을 공개해 자본시장으로 이끌어냈고, 처음으로 해외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세계화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LG에 ‘컨센서스(Consensus) 문화’를 싹 틔우기도 했는데요. 계열사 사장들이 ‘자율과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입니다. 구 명예회장은 ‘고객 중심 경영’을 표방하기도 했습니다.
회장직에서 내려오며 남긴 이임사에서도 “혁신은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이며 내 평생의 숙원”이라고 강조했고, 은퇴 후에도 경영혁신 활동을 재임 중 가장 큰 보람으로 꼽으며 스스로 ‘혁신의 전도사’로 기억되기를 바랐습니다.
◇ 창업세대 원로 경영진과 동반 퇴진..세대교체 이뤄
구자경 명예회장은 LG와 고락을 함께 한지 45년, 회장으로 25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 승계’로 기록되며 재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이같은 결심은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결심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에 앞서 사장단에게 “그간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 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으며, 이제부터는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퇴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또 구 명예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날 때 창업 때부터 그룹 발전에 공헌을 해 온 허준구 LG전선 회장, 구태회 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남정유에너지 회장 등 창업세대 원로 회장단도 젊은 경영인들이 소신 있게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동반퇴진’을 단행했고, 이러한 모습은 당시 재계에 큰 귀감이 됐습니다.
구 명예회장은 은퇴를 결심하면서 ‘멋진’ 은퇴보다는 ‘잘 된’ 은퇴가 되기를 기대했는데요. 육상 계주에서 앞선 주자가 최선을 다해 달린 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배턴 터치가 이루어졌을 때 ‘잘 됐다’는 표현이 어울리듯, 경영 승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은 시련 많은 현대사 속에서도 기업경영의 정도(正道)를 잃지 않았고, 언제나 남보다 앞선 생각, 과감한 결단으로 우리 경제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던 큰 기업인이었다”며 “회장으로 25년간 외롭고 힘든 공인의 입장에서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와 오늘날 LG를 일궈낸 진정한 참 경영인인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