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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터뷰

유니스트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말하는 ‘웃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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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04, 2019, 06:02:00

코미디 얼라이브 박철현 씨..“웃음으로 관객도 사회도 건강해지기를”

인더뉴스 주동일 기자ㅣ 강남에 위치한 클럽 ‘코미디 헤이븐’으로 들어가면 박철현(28) 씨의 비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관객들이 쏟아내는 웃음에 목소리는 잠시 묻히기도 한다. 약 6년 전 박씨가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Unist)을 다녔을 때부터 사람들을 웃겨온 목소리다.

 

박 씨는 마이크와 목소리(농담)만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그런 거 해서 먹고 살겠냐”는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무대를 찾아다닌 결과 간간히 라디오에도 출연하는 번듯한 코미디언이 됐다. 박씨를 만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된 과정과 사람들을 웃기는 법을 들어봤다.

 

◇ 낯 가리는 공대생, 코미디언 꿈꾸기까지

 

- 먼저, 스탠드업 코미디가 뭔지 설명을 해주세요.

“자주 받는 질문인데 어떻게 해야 깔끔하고 멋있게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서 유행해온 콩트 코미디와 다르게. 한 사람이 혼자 무대에 나와서 소품이나 도구를 쓰지 않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입담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 장르입니다.”

 

- 유니스트를 나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걸 전공했나요?

“유니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포괄적으로는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에서 산업디자인 트랙을 공부했고, 경영학부에서 마케팅 트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처음엔 공학자가 되고 싶어 입학했지만 막상 평생 공학자로 살겠다고 생각해보니 정말로 행복할지 의문이 들었어요.”

 

- 어떤 계기로 코미디를 시작했는지.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면서 진로 고민하고 있을 때 교회에서 친한 형들과 콩트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무대를 기획·구성하는 게 재밌고 적성에 잘 맞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학해서 개그동아리를 만들어 공연을 열고 여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 진행한 행사만 40개가 넘습니다.”

 

◇ 코난 오브라이언 졸업 연설 보고 시작한 스탠드업

 

-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스탠드업)를 한 거죠?

“대학생 때 미국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의 다트머스 대학 졸업 축사를 인터넷으로 우연히 봤습니다. 짧은 축사에 담긴 유머와 메세지를 보면서 ‘코미디언도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스탠드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2016년 겨울 유병재씨의 길거리 공연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스탠드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고요.”

 

- 실제로 유병재 씨와 만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일반인 대상 강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탠드업 형식의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탑10에 들어 특전으로 병재형(유병재씨)이 참여하는 청춘페스티벌 티켓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스탠드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물어봤어요.”

 

- 유병재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

“‘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도 아니고, 시작한 지도 얼마 안돼서 해드릴 조언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대신 연락처를 줄 테니 같이 연락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어요. 스탠드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 언제부터 전업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건가요?

“2017년 ‘아웃사이더’라는 한 시간짜리 공연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지금 보면 부족한 점도 많은데, 현재 코미디 얼라이브(스탠드업 코미디언 중심 소속사) 대표인 정재형 대표님이 잘봐주시고 같이 공연을 해보자고 연락을 주셔서 2017년 말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바밍(Bombing) 속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살기

 

- 스탠드업은 어떻게 연습했는지

“보면서 참고할 스탠드업 샘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넷플릭스 등에서 스탠드업 작품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말 잘하기로 소문난 유명 강사나 방송인들의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웃음을 끌어낸 사례들이니까요.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영상들을 계속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지점에서 웃는지 계속 봤어요.”

 

- 조크를 만든 팁이 있다면?

“작업할 때는 특정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적었습니다. 계속 기록을 하다가 공연을 짤 때 A4용지에 괜찮은 농담을 하나씩 적는 거죠. 이것들을 연결해서 플롯을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완성도 있는 2~3분짜리 작품을 여러 개 짜서 옴니버스처럼 무대에 올리기도 합니다.”

 

-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조크는?

“콜백이라는 기술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데이브 샤펠(Dave Chappelle)이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정말 잘 쓰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했던 펀치라인(웃음이 터지는 부분)을 끌어와서 다시 펀치라인으로 삼는 거죠. 콜백을 좋아해서 플롯을 길게 짜는 편입니다.”

 

- 공연은 매주 몇 번 정도 하나요?

“매주 두세번 정도 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무대에 선 적도 있는데 기획할 시간이 줄어들면서 공연 질도 낮아지더라고요. 코미디언에게 무대에 서는 경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컨트롤을 못할 정도로 서면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관객 반응이 나빠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바밍(Bombing)이라는 말이 있어요. 무대를 완전히 망쳤다는 은어입니다. 작년에 코미디언이 돼고 난 첫 무대에서 바밍을 겪었어요. 생각해보니 대학에서 공연을 할 땐 관객들이 모두 제 또래였습니다. 저와 공감대가 있어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관객들이 웃을지 반응을 예측하기 쉬웠던 거죠. 반면 공연장에 오는 관객은 나이·배경이 다양하다는 걸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 어떻게 극복했나요?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그중 어떤 걸 소재로 삼아야 재밌을지. 저는 무대 경험이 적고 사회생활 경력도 짧아 한정된 사람들만 웃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 전에 어떤 관객이 왔는지 보기 시작했어요. 나이·성별·소속 단체 등을 보고 관객 특성에 맞게 공연 직전까지 준비한 이야기를 계속 다듬고 바꿨습니다.”

 

-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이들에게 줄 팁은?

“자신이 준비한 소재가 수위나 사회적 논란 때문에 문제가 될까봐 걱정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리키 저베이스(Ricky Gervais) 라는 코미디언은 ‘어느 소재를 선택할지는 상관없다. 풍자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쉽게 말해 ‘동성애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도 될까’가 아니라 ‘이 이야기로 어떤 걸 풍자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실제로 재미없이 자극적이기만 하다며 비난받는 코미디언들도 있죠.

“성적이거나 잔인한 이야기 등 무조건 수위가 높은 소재로 조크를 할수록 사람들이 웃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어린 아이들이 ‘내 똥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웃겠지’라고 생각하는 거랑 같아요. 정말로 웃기고 싶다면 관객으로 불특정다수가 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세요. 어떻게 그들을 웃길지 고민하고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탠드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농담을 준비하면서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습니다. 의도한 순간에 기대한 만큼 관객들이 웃으실 때 정말 뿌듯합니다. 스탠드업은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게임 같아요. 그 농담들이 훗날 회자되는 수준까지 가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도 만족합니다.”

 

◇ 사람들을 일어나게 하는 건 용기보다 웃음

 

- 사람에게 웃음이 갖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에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 왔을 때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희망이나 인내나 용기가 아니라 유머’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가 정말로 공감하고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 실없는 농담이 대중들을 사회 문제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요?

“사람들의 분노를 없앨 수 있는 건 웃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분노를 풀고 사회 문제를 더 건강하게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분노하는 것과 문제의식을 갖는 건 다르니까요. 지금은 분노가 많은 시대에요. 저는 유머로 사람들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

 

-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늘 사람들과 헤어질 때 하는 인사가 있습니다. ‘건강하세요’에요. 뜬금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건강해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힘든 시대에 우린 건강해야만 해요. 그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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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 기자 jdi@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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