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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터뷰

[신년기획]④ “국내, 일본 건설업계 정보는 제가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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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09, 2019, 06:01:00

[돼지띠 인터뷰]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연구직 후배님들, 최고가 아닌 유일한 연구를 하세요”

 

[인더뉴스 이수정 기자] “해외에서 보고 공부한 내용이 우리 건설 산업 방향성 설정에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시작 시기인 2017년. 그 누구도 4차 산업혁명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던 당시 건설 산업계에 명확한 길을 제시한 남자가 있다. 깔끔한 정장차림에 생글한 웃음이 인상적인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주인공이다.

 

조 연구원은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일본 유학파 건설전문연구원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약 4년 간 일본 교토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후 2017년 3월부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지만 일본 학위는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유학길에 오를 당시 주변의 우려가 있긴 했죠.”

 

하지만, 그는 국내에서 최신 일본 정보를 가진 희소성 있는 연구원이 됐다. 국토교통부 정부 인사들도 정보를 얻기 위해 종종 찾을 정도라고. 2019년 ‘황금돼지 해’를 맞아 1983년생 돼지띠 조재용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창시절부터 일본 음악 밴드 자드(ZARD)의 팬이었어요.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일본 교토대학교 박사학위 과정을 선택한 것도 일본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조 연구원이 박사 학위를 받은 교토대학은 외국인에게 녹록치만은 않은 곳이었다. 일본 내 이공계열 1위이라고 불릴만한 글로벌 대학이었지만 모든 수업은 일본어로만 진행됐으며, 특유의 도제(徒弟) 문화 탓에 학점 만점을 받아도 교수가 인정해줘야만 졸업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10년이 넘게 박사학위를 못 받는 학생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일본 문화에 대한 남다른 적응력으로 교토대학 박사 학위 취득을 단 3년 만에 해냈다. 박사과정 수료자들 중 비공식 최단 기록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근무하게 되면서 일본 유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국내에 일본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유니크해졌다고나 할까요”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던 사례는 세계적인 경제 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이후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여러 산업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분주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을 의미하고 건설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사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대신 일본 국토교통성에서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키워드로 건설자동화를 실현하는 아이-콘스트럭션(i-construction)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아이-콘스트럭션은 한마디로 포크레인 등 중장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산업현장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기술을 통해 청년층이 건설 현장 일을 기피하면서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과 현장 사고율 감소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 정부 인사들 앞에서 강연하면서 이 사례를 끌어왔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화 포크레인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일본 유학 경험이 없었다면 하지 못할 제안이었죠.”

 

일본 산업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일본과 한국의 건설업계 차이를 물었다.

 

“일본도 한국도 각각 장점이 있지만, 다른 나라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제 일은 일본 정책 사례를 분석해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방점이 찍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살펴봤었죠.”

 

우선 조 연구원은 양국이 시공과 설계에 두는 비중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에선 시공에 98%를 투자하고, 나머지 2% 정도만 설계비로 배당하지만 일본은 그 반대 였던 것. 

 

조 연구원은 “‘한국 건물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 뿐’이라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여기서 나온 것이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일본의 또다른 장점은 연구·개발자들의 환경이었다. 조 연구원은 “우리나라 연구 보고서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이유도 설명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은 수주 받기도 힘들지만, 실패라도 하면 다시는 기회가 안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성공한 것처럼 포장해야한다는 것이다.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다.

 

반면 일본은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씨드머니(Seed Money)를 정부가 제공한다. 조 연구원은 “일본에선 연구자들이 1년에 1000~2000만원을 지원받는데, 순수 연구비로만 지출했다면 논문 한 장 나오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실패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깔려있는 것이죠”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괄목할만한 중간결과가 나오면 정부에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정책적인 인프라가 잘 돼있기 때문에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끔 인터넷 SNS에서 보는 기발한 일본 발명품은 이런 환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조 연구원은 “한국이 페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등의 마인드입니다. 우리나라도 결과지향주의를 타파해야 세계적인 연구 성과들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조 연구원은 건설업계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건설업계는 어떤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한국 건설업계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생산체계개편’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은 건설업계 간 장벽이 너무 두꺼워 보여요. 원도급과 하도급 간 경계가 뚜렷하다 보니 건설업 발전에 걸림돌이 됐었죠. 일본에선 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유기적 구조가 한국 건설 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일본에서 받아들였던 경험들을 잊지 않는 것이겠죠. 일본에서 가졌던 독특한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할 겁니다.”

 

다음은 조재용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

 

 

▲ 돼지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지?

 

-“직접적인 에피소드는 없지만 일본에선 우리나라 돼지띠를 ‘멧돼지띠’로 쓰는 거 알고 계셨나요? 처음 일본에 가서 ‘나는 돼지띠야’라고 하니까 일본 사람들은 못 알아 듣더라구요”(웃음)

 

▲ 기해년 새해를 맞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 “우선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았어요. 그 가운데 건설생산체계개편 움직임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산업 성장을 막고 있는 칸막이식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죠. 해당 사안을 잘 끌어가는 동시에, 일본 건설업계 정보를 한국에 전달하는 허브 역할도 충실히 하고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결혼한 지 1년쯤 됐는데, 올해는 30평대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웃음)”

 

▲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연구직을 원하시는 분에겐 교토대학에서 배운 교훈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곳에선 ‘어떤 연구가 되더라도 당신이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 유일한 연구를 하면 된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죠. 바로 그것이 가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도 함께 봐야 시야가 좁아지지 않습니다.”

 

- “유학을 고민하는 후배에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공부하든 그 나라 문화를 함께 받아들이고 융화될 자세를 가질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일본은!”

 

- “건축과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은 건축과가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 알아야 합니다. 건축산업 분야는 굉장히 넓어요. 도면을 그리는 상상만으로 건축과를 선택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꼼꼼히 따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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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crystal@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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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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