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설립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초과 달성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있다. 첫번째 제품인 천연비누로 이름을 알렸다. 쿠션으로 급성장해 화장품, 다이어트 식품, 남성용 화장품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국내 비디오커머스를 시작한 1세대이기도 하다.
뷰티 전문기업 '에이피알'의 이야기다. 이주광·김병훈 공동대표는 대학생 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좋은 화장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리고 싶다"는 공통된 관심사를 확인한 뒤 의기투합했다.

각자 영역에서 사업을 해 왔던 두 대표는 창업 자금 500만원을 모아 2014년 10월 에이프릴스킨을 설립하고, 같은 이름의 화장품인 '에이프릴스킨'을 출시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자연주의 화장품. 입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첫 제품이자 국민비누라는 별명을 얻은 천연비누가 100만개 넘게 판매됐습니다. 당시 비디오커머스가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SNS상에서 '제품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났고, 큰 화제를 모았어요.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이 와서 놀라고 재미있었습니다.”
뒤이어 내놓은 매직쿠션이 '커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어 400만개가 팔려 나갔다. 매직쿠션으로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본 이주광·김병훈 공동대표는 메디컬 화장품 브랜드인 '메디큐브'와 다이어트 식품인 '글램디', 남성용 화장품 '포맨트' 등을 연이어 론칭했다.
성공가도를 달릴 무렵 에이피알에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창업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론칭했던 강아지 사료(디어마이펫)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당시 사료는 SNS영상이 페이스북 업로드 1주일 만에 150만뷰를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사료 콘셉트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제품 출시 3개월 만에 온라인상에서 해당 사료에 유해성분 이슈가 제기됐다. 해당 이슈는 온라인상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두 대표는 가슴이 철렁했다. 실제 키우던 강아지가 해당 사료를 먹고 죽었다는 사례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실관계 확인에 앞서 소비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피해 견주들에 병원 진단서를 접수 받았고, 환불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이 대표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스타트업으로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슈가 발생한지 하루 만에 사과문을 올렸고, 제품 환불과 병원비 지원까지 약속했습니다. 당시 '설마 제품에 문제가 있을까'하고 생각했지만, 회사 대표로 끝까지 책임지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결정했습니다.”
이후 유해성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1개 국가기관과 5개 국가 공인기관에 제품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옥같은 2달을 보냈다. 검사 결과는 유해성분 불검출 판정. 사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셈. 하지만, 망가진 브랜드 신뢰도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디어마이펫에 대한 근거없는 악성루머가 더욱 힘들게 했다. 실제 강아지가 사료를 먹고 설사 등 피해를 주장한 이들 가운데, 강아지를 키우지 않은 사람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고 있는 노령 견주 등 애견 사료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례도 있었다.
이 대표는 피해 견주를 직접 만났다. “사료 때문에 강아지가 죽었다고 주장하는 견주를 제가 직접 만나봤어요. 근데 태어난지 3주가 안 된 장염에 걸린 강아지부터 나이가 들어 이미 병을 앓고 있는 강아지 등 사망 원인을 사료로 지목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견주분들도 저와 대화를 나눈 후 사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셨어요.”
유해성분 불검출 판정이 났음에도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미 강아지 사료 이슈는 SNS상에서 가십거리로 확산됐고, 이 가운데 '무해 판정'이란 팩트(사실)는 철저하게 배제됐다. 고객을 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한 환불조치는 오히려 회사 신뢰도 회복에 걸림돌이 됐다.
오히려 '문제가 없는데 왜 제품 환불을 해줬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 것. 디어마이펫의 사료를 구매하지 않은 고객들도 합류해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두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 수준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 일은 젊은 두 대표의 가슴에 깊은 상처가 됐다.

“다른 제품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있을까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에이피알이 진행하는 사업마다 해당루머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거든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악성 루머 때문에 사업 론칭 8개월 만에 브랜드를 폐업해 너무 힘들었습니다.”
당시 에이피알의 금전적 손실도 15억원 가량 된다. 이후 두 공동대표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것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허위사실 유포로 기업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분명 범죄 행위라는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린 일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
“사료 브랜드 론칭 후 판매 첫 달 수익을 유기견협회에 기부했습니다. 이슈가 터진 후 유기견협회마저 등을 돌려 안타까웠죠. 무엇보다 저랑 같이 발로 뛰었던 사료 제조업체 대표님들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 일로 클라이언트가 다 끊기고 힘드셨거든요.“
사료 브랜드는 폐업했지만, 에이피알은 그 이후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말레이시아에 이어 대만 왓슨스와 싱가포르 가디언 등에 입점할 계획이다. 코스메틱, 엔터테인먼트, 다이어트 등 5개 카테고리에서 8개 브랜드를 보유한 뷰티, 생활문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작년에 두 공동대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기업인 30인'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앞서 2016년엔 포브스로부터 '2017년 비상할 대한민국 10대 스타트업'으로 뽑힌 바 있다.
김 대표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쓰라리단다. “아직까지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접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업의 황금기를 놓친건 아닌지 자책과 위축감이 들기도 하고요. 앞으로 에이피알을 포함해 근거 없는 악플로 고통받는 기업과 임직원들이 더 없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공동대표는 에이피알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저희는 아직까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 기업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회사들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