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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돈 다 돌려드립니다"는 보험, 미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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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2, 2014, 00:09:52

[창간 첫돌 기획] 나에게 보험이란_② 글로벌모니터 대표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김수헌] 수출기업 A사의 재무담당 임원이 은행과 선물환거래를 한다고 하자. 1년 뒤 수출대금으로 들어온 달러를 1100원의 환율로 바꾸기로 했다. 1100원이면 A사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비용을 감안하고도 약 10%의 영업이익률이 보장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1년 뒤 막상 계약이행을 해야 할 시점에 달러 환율이 1150원으로 변했다. 현물시장에다 달러를 내다팔면 115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은행과의 선물환계약에 따라 A사는 1100원 밖에 못 받는다.

 

CEO는 재무담당임원을 불러 다그친다. 선물환계약을 안했더라면 회사 수익이 크게 늘었을 텐데, 왜 그런 계약을 해 수익을 까먹었냐고.

 

재무담당 임원은 좌절한다. 만약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선물환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A사는 적자를 낼 수도 있다. 이랬더라면 이 CEO는 재무담당 임원에게 "왜 선물환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며 사표를 내라고 했을지 모른다.

 

선물환 거래는 환율변화에 따른 미래 리스크를 헷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칫 회사 경영수지에 큰 적자나 나거나 현금흐름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리스크 헷지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어간다.

 

예컨대 A사의 경우 은행과의 거래에 따른 수수료 외에, 환율상승에 따른 추가수익은 포기한다. 대신 환율하락에 따른 여러 가지 위험을 없애 기업의 지속성과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건 내리건 선물환거래로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회사 경영을 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자금으로 외환선물 롱숏 전문투자(또는 투기)를 하면 된다. 직접 투자하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맡기든지.

 

보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렇게 장황한 환율상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보험에 대한 인식들이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필자 주변 사람들은 대놓고 말한다. “보험은 사기다”, “보험에 가입하면 자기도 모르게 코 베인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는 것이다.

 

나도, 내 가족도 가입한 보험이 몇 개 있다. 필자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앞으로 나에게 닥칠 위험을 보험이 얼마나 잘 커버해 줄지를 먼저 생각했지, 나중에 보험금이 환급이 되는지, 원금은 보장이 되는지, 이자가 나오는지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나와 가족에게 닥칠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를 얼마나 헷지할 수 있는지, 리스크 헷지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지에 주목해 상품을 골랐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돈이 별로 없고, 나중에 보험이 나의 어려움을 커버해 주지 않으면 상당한 생활고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유용하고, 나에게 닥칠 위험에 대한 보장수단으로서도 탁월한 보험이라는 것이 있을까? 요즘 일부 보험광고, 특히 케이블방송 같은 것에 나오는 광고를 보면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네 마리 토끼잡기도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상품들은 찬찬히 뜯어놓고 보면 뭔가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은 낸 돈을 다 돌려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험에 얼마동안 돈이 묶여 있어야 하는지, 여기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얼마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암에 걸려도 보험에서 해결해 주고, 암에 안 걸리면 낸 돈 고스란히 돌려받는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원금에 집착해 보험에 돈을 붓다보면 오래가지 못한다. 적어도 필자 생각에는 그렇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보험은 사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험회사들의 자업자득이다.

 

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헷지하는 수단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본다. 보험 소비자는 이를 위해 적절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재테크 수단으로 유용한 보험상품을 고르려면, 소비자는 보험사를 거대한 자산운용사로 생각해야 한다.

 

낸 돈 돌려주는 보험 있어요라고만 외친다면 보험의 미래는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보험사가 지금 겪고 있는 역마진의 고통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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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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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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