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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가입설계서’…뽑을 때마다 리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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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31, 2022, 09:07:46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유년시절, 엄마의 흰머리카락을 뽑는 일로 용돈 벌이를 한 적이 있다. 개당 100원씩 주시던 엄마의 흰머리카락 뽑기는 생각보다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도 온 신경을 집중하고 손끝에 힘을 모아야만 겨우 흰머리카락 하나를 뽑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엄마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흰머리카락을 뽑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사실 하나다, 나이 들어 보이기 싫어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는 물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더’ 들어 보이는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흰머리카락을 ‘뽑는’ 행위는 그 마음이 반영된 가족 간의 거래라 할 수 있다. 

 

무언가를 ‘뽑는’ 일이 리스크를 대비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는 영역에 바로 보험이 있다.

 

보험은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거래로, 보험설계사는 보험 상품의 체결과 고객관리를 맡고 있다. 보험설계사에게 상담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뽑아올게’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설계사는 실제로 종이에 인쇄된 무언가를 준비해, 그 문서를 통해 가입 상담을 이어간다.

 

이때 뽑는 것이 바로 ‘가입설계서’다. 다른 말로는 ‘상품설명서’라고도 하는데, 가입설계서는 말 그대로, 보험계약에 있어 정식 청약이 이루어지기 전 가입을 필요로 하거나 제안하려는 보험 상품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다, 보험용어와 유의사항, 보장내용, 보험료 및 가입금액, 보장기간 등이 명시되어 있다. 

 

가입설계서는 보험약관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가입설계서는 보험약관의 핵심적인 내용을 발췌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보험 상품의 약관은 그 내용이 방대하고 용어가 어려워 일반 가입자 뿐 아니라 현업 설계사들도 완벽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보험은 무형의 금융 상품이기에 상품 자체도 복잡하지만, 약관을 완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약관은 보험사와 소비자의 수익성과 권리 및 법적 정당성 등을 모두 고려해 작성하다 보니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해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이렇듯 현장에서 실제 상담하는 보험설계사나 가입을 고려하는 소비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라도 복잡한 약관보다는 가입설계서가 더 유용한 서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몇 가지 개인정보와 본인 확인 절차만 이루어지면 가입설계서를 PC등 IT 기기를 통해 작성해 이를 바로 인쇄물이나 파일로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지만, 과거에는 보험사 각 지점 사무실마다 설계담당 직원이 따로 상주해 있었고, 직원에게 매번 가입설계서를 뽑아달라고 요청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뽑다’라는 말이 일종의 업계용어로 정착되었고, ‘적당한 걸로 하나 뽑아줘 봐’가 지금까지도 보험 상담에서 가장 자주 주고받는 대사가 된 셈이다. 

 

앞서 가입설계서가 약관의 축약본이라는 언급을 하긴 했지만, 가입설계서 안에는 보험 상품에 관한 설명 외에도 소비자가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잘 만든 가입설계서는 그 하나만으로 훌륭한 제안서가 된다. 해서 가입설계서는 보험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입설계서를 통해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는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 

 

먼저 가입설계서 표지에는 보험 상품의 이름과 그 상품의 설계를 담당한 설계사 정보가 나와 있다. 또한 해당 설계사의 자질과 신뢰도를 체크할 수 있는 인증 마크 확인도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근속기간, 완전판매율, 보험계약 유지율, 연간실적 등 협회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설계사에게 생명보험협회가 부여하는 ‘우수인증 설계사’라는 제도가 있다. 우수인증 설계사로 선정된 설계사는 가입설계서 발행 시 자동으로 인증마크가 찍히게 된다. 그러므로 표지에 이 인증마크가 보인다면 양질의 보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믿을 수 있는 설계사라 판단해도 무방하다. 

 

가입설계서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주요 보험 용어를 정리한 것과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안내사항, 해당 상품의 특징과 가입자의 정보에 따라 산출된 보험료와 보험기간, 가입금액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보장내용을 주계약과 특약 항목별로 상세히 설명해 두었다. 그 외에도, 해지환급금과 보험료가 변동되는 갱신형 상품의 경우 갱신보험료도 예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험료 청구 방법 및 지급절차, 보험 상담 및 분쟁조정 절차에 관한 안내사항도 실려 있으며, 무엇보다 보험 청약에 있어 가입설명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3대 기본 지키기 중 하나다. 

 

처음 설계사로 보험업에 발을 들였을 때 ‘뽑아올게’라는 말이 그리 좋게 들리진 않았다. 용어가 전문적이지 않아 보였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방점을 두고 만들어진 제도다. 누구나 살면서 위기를 맞는다. 어떤 위기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이미 닥친 위기를 없는 것으로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대비’는 가능하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돈’이다. 누군가는 저축을 통해 그 돈을 마련할 수도 있고, 보험을 마련하기도 하며, 위기를 넘기기 위해 대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입과 동시에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는 건 보험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보험설계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지식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뽑다’라는 말이 가장 직관적으로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면, 이 말은 합당한 보험 용어가 맞다. 가입설계서를 뽑을 때 들리는 프린터의 인쇄 소리는 유독 경쾌하다. 단순히 청약에 대한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의뢰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즐거운 고민을 안겨주는 리듬처럼 들리기도 해서다.  

 

가입설계서는 결국 보험의뢰인과 설계사를 이어주는 다리다. 그 다리를 의뢰인이 안심하고 건널 수 있도록 하는 건 설계사의 몫이다. 오늘도 의뢰인의 가입설계서를 뽑는다. 뽑은 가입설계서를 첫 장부터 정독해 중요한 구절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어릴 적 엄마의 흰머리카락을 뽑을 때 그리 집중했던 것처럼.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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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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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자사앱 키우는 식품업계…수수료 줄이고 데이터 잡는다

2025.05.01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식품업계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앱 육성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충성 고객 확보와 고객 데이터 축적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에 이어 이달 14일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기요도 포장 주문 시 7.7%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측은 서비스 품질 향상 및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냉랭합니다.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자사앱 혜택을 강화하며 소비자 유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의 강점이 편리성인 만큼 자사앱도 사용자 편의성 강화를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메뉴 주문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편하고 멤버십 별 할인 혜택을 세분화했습니다. 소비자가 할인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 빈도도 높였습니다. 새단장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bhc가 지난 2월 새롭게 선보인 뉴 bhc 앱은 출시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3단계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고 퀵오더 기능, 간편 선물하기 등 기능을 추가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리뉴얼 후 한 달간 자사앱을 통한 주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출시한 신메뉴 콰삭킹 인기도 앱 활성화에 한몫했습니다. 실제 콰삭킹 출시 이후 앱 주문량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bhc는 최근 선릉역 인근에 직영 매장 오픈과 함께 매장 내 QR 방식의 테이블오더 시스템, 자사앱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며 앱을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bhc 관계자는 "치킨 업종 특성상 배달 주문 비중이 매우 높은데 배달앱 수수료로 인해 가맹점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없는 자사앱을 강화해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앱 수수료 증가에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공공배달앱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신한은행 등과 출시한 공공배달 서비스 '땡겨요'는 소비자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수료는 2% 이하입니다. 기존 3대 배달앱 수수료(최대 9.7~9.8%)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땡겨요는 최초 가입자와 가입 후 주문 이력이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주문까지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증정합니다. 서울시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BBQ는 이달 30일까지 3000원 할인 쿠폰을 추가 제공해 총 할인금액을 8000원까지 높였습니다. BBQ 앱에서 이달 30일까지 신메뉴 마라핫 주문 시 '누누씨 부적카드'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신메뉴 효과에 방문객도 증가세입니다. 지난 2월 BBQ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랜덤 치즈볼 증정 프로모션 3일 동안 자사앱 매출은 전주 동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는 3만명 늘었습니다. 교촌치킨 역시 자사앱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4월 한 달간 월 2회 이상 주문해 KING 등급을 달성한 회원 중 추첨해 신메뉴 교촌후라이드 모바일 교환권을 제공합니다. 교촌치킨은 총 3단계로 멤버십을 운영하며 구매 포인트 2% 적립, 배달·포장 할인, 치즈볼 교환권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킨 프렌차이즈업계는 자사앱이 가맹점 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배달앱 의존도를 낮춰 독과점 구조를 견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페 프렌차이즈도 자체 앱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1분기 자사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보다 약 9% 증가했습니다. 앱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객 참여형 프로모션을 확대한 게 주효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픽업 주문을 한 고객 중 선착순 600명에게 아메리카노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자사앱을 통한 주문이 외부 플랫폼 대비 가맹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도 선보입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베타 테스트 형태로 론칭해 고객 맞춤형 혜택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식품기업과 가맹점주가 배달앱에 지출하는 수수료는 주문 당 10~20% 수준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배달앱에 입점하면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대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부담도 함꼐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자사앱 강화는 이러한 배달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앱을 활용하면 이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있다"며 "자사앱이 활성화되면 기업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고 이를 신메뉴 개발에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앱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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