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KB금융 노조위원장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원이 은행의 ‘경영자문역’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을 두고, KB국민은행 노사 간 ‘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 측은 “문제가 있어 사실상 해임된 임원이 은행에 다시 복귀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은행 측은 “보통 사임한 임원들에 대해 예우 차원에서 6개월~1년 정도 경영자문역과 같은 회사 고문 직함을 준다”며 복귀가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김 모 전 KB국민은행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가 현재 KB국민은행 인재개발부 소속 전문직무 직원으로 은행 전산 상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10월 당시 HR그룹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KB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부산지역그룹 대표으로 자리를 옮겨 재직하다가, 작년 8월 선거 개입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KB은행장은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선거 개입 의혹이 있던 이 모 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의 사표도 수리했다.
또한, 윤종규 당시 은행장은 노조사무실을 직접 찾아 은행 측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에 노조 측은 서울지방노동청에 넣은 진정을 취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렇게 마무리 됐던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회사를 떠났던 김 전 대표가 은행 직원 전산상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인재개발부 소속 전문직무 직원(경영자문역)으로 등록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는 일종의 은행 고문 역할로, 사임한 임원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6개월~1년정도 직함을 주는 것일 뿐, 직접적인 업무 복귀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해임’이 아닌 ‘사임’이기 때문에 예우를 해주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은행 측의 주장이다. 해임(解任)은 ‘어떤 지위나 맡은 임무를 그만두게 함’을 뜻하며, 사임(辭任)은 ‘맡고 있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은행 측의 주장에 대해 노조 측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와 같이 문제가 있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임원을 예우한다는 발상 자체가 적절치 못하며,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KB노조 관계자는 “윤종규 은행장이 직접 사과를 했던 작년 8월 당시, 노조는 전 조합원들에게 김 전 대표가 ‘해임’됐다고 알렸고, 실제로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해임이 아닌 사임을 언급하며 노사 관계를 망쳐놓은 당사자를 예우한다는 은행 측의 입장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시중은행들의 경우 KB국민은행과 같이 퇴직 임원을 경영자문역 등 회사 고문으로 예우하는 제도는 따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한 임원을 다시 고문 등으로 예우하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