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최근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인 골든라이프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55세 전후로 ‘반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퇴란 장기간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을 말한다.
늦은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살아야하는 셈인데, 말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곧장 현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반퇴 전후 74.8%의 가구가 소득 감소를 경험했지만 지출을 감소한 가구는 51.2%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정적인 지출을 줄일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구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 중 하나가 보험이다. 가계 소득을 보전해 주는 연금보험과 더불어 크게 다치거나 질병을 대비하는 상해·질병보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지난 3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약 8100만원의 병원 진료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에 따로 가입돼 있지 않다면, 노년에 개인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꼭 필요할 때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통지의무 위반’이 대표적인 예다. ‘계약 후 알릴의무’로 불리는 통지의무는 주로 직업이나 직무가 변경됐을 때, 보험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통지의무를 어겼을 경우, 가입자는 보험금 청구 때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 보험금이 감액될 수 있다. 또한, 보험사에 해지권한이 생겨 자칫 보험이 강제 해지될 가능성도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에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던 보험이 ‘별 볼일 없는 놈’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반퇴시대를 맞아 중·장년층의 직업 변경이 활발한 상태에서, 잠재적 ‘통지의무 위반자들’로 낙인까지 찍힐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들대다수는 계약 당시에 설명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통지의무에 대한 안내가 부실한 것도 한몫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에 보험사의 통지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 실무자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유가 뭘까?
한 보험사 실무자는 “약관을 보완하거나 계약 때 보험사가 통지의무를 설명토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어차피 고객들은 약관을 챙겨보지도 않고, 보험사가 아무리 계약 당시에 강조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입자들이 통지의무를 리마인드할 수 있도록 보험사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통지의무에 대한 정보를 계약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꼭 반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자유로운 직업 선택이 보험 보장의 사각지대를 키우지 않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통지의무 개선안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