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

[심리상담사 최옥찬의 MZ썰] ‘웰컴투 삼달리’ 가까운 이가 괜찮냐고 묻는다면

Sunday, January 14, 2024, 11:01:13 크게보기

 

최옥찬 심리상담사ㅣ남자주인공 조용필(지창욱 분)이 여자주인공 조삼달(신혜선 분)에게 반복해서 진정으로 묻는 말이 있다. "너 괜찮아?"라고.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던 조삼달이 결국에는 "왜 자꾸 괜찮냐고 물어, 왜 자꾸 나 걱정하고 챙기냐고. 왜 자꾸 사람을 흔드냐고. 내가 진짜 기대 버리면 어쩌려고?"라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약하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물으면 그냥 괜찮다고 답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연출: 차영훈/극본: 권혜주/출연: 지창욱, 신혜선, 김미경, 조판식, 신동미, 강미나, 김도은, 유오성, 강영석, 이재원, 배명진, 양경원 등)는 힐링의 장소인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달리라는 마을에 사는 해녀 가족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다. 그리고 조용필(지창욱 분)과 조삼달(신혜선 분)의 가족 간 원한이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 같지만 실상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듯 싶다. 

 

<웰컴투 삼달리> 드라마 첫 회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제주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미 고인이 되신 국민 MC 송해가 딥페이크 기술로 되살아나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송해의 삶과 죽음이 무대 위에서 함께 한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삶과 죽음의 공간으로 나오는 바다가 배경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바다를 바당이라고 한다. <웰컴투 삼달리>에서 바당은 삶과 죽음과 공간이다. 바당은 해녀들에게 삶을 위한 먹을 것을 주기도 하지만 목숨을 앗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손녀 차하율(김도은 분)이 할머니 바다에서 죽을 뻔한 고미자(김미경 분)에게 물어본다. "할머닌 바다 안 무서워. 난 무섭던데." 고미자가 대답한다. "무사 안 무섭나. 할망도 바다 무섭지." 해녀 중 역량이 가장 뛰어난 대상군인 고미자가 바다를 무섭다고 답한다. 어린 하율이는 이해를 못 하고 다시 묻는다. "할머니도 바다 무서워? 해년데 왜?" 고미자가 여러 죽음을 회상하면서 대답한다. "할망은 저 바당이 세상에서 제일로 무섭다게. 저 바당이 할망 씨어멍도 데려가 불고, 할망 동세도 데려가 불고, 게고 할망 오랜 친구도 데려가 불어서 경허난 무섭지." 바다의 전문가인 대상군 해녀가 바당을 무섭다고 한다. 죽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삶을 위해서 바당으로 들어간다. 인생을 바다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삶도 바당처럼 무섭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연도가 바뀌면 새로운 삶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로 삶의 활기를 되찾기도 전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기후 변화의 파고가 불어닥쳤다. 세계 곳곳으로부터 죽음의 소식이 많이 들린다. 세계 경제와 사회가 불안정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새해가 밝았는데도 불안하고 암울한 뉴스가 넘치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의 부정적인 예측의 뉴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예측하기 어려운 바다와 같은 인생살이가 무섭다. 대상군 해녀인 고미자(김미경 분)조차 바당을 무섭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인생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활기찬 2024년 새해가 희망이 아닐 수 있다. <웰컴투 삼달리>에서 조삼달(신혜선 분)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에서 하루아침에 갑질하는 상사가 되어 추락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조삼달에게 친구였고 연인이었던 조용필(지창욱 분)이 자기 자신을 찾으라고 제안한다. 그래서 조삼달은 ‘나를 찾아 떠나는 올레길’을 간다. 그런데 조삼달이 올레길에서 만난 것은 재밌게도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맞다. 진정한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조삼달의 입을 빌려 제주도에서 해녀들을 교육할 때 가장 강조한다는 말이 나온다. "평온해 보이지만 위험천만한 바닷속에서 당신의 숨만큼만 버티라고.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땐 시작했던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라고." 제주도 바당과 같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우리 인생에서 숨을 고르는 것이 무엇일까.

 

조용필이 조삼달에게 "너 괜찮아?"라고 묻는데 이에 대한 감정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무섭다, 불안하다, 화난다, 슬프다 등으로 말이다. 아무리 경쟁적인 사회라고 하지만 이 정도 감정 표현이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질식할 것 같은 마음의 숨을 고르는 일일 것이다. 2024년 한 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의 감정 표현으로 숨을 고르면서 절망도 희망으로 바뀌는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하고 소망한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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