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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를 기증하다③] “골수이식이 아냐”… 1%의 용기가 기적을 만듭니다

Wednesday, November 03, 2021, 06:11:00 크게보기

지난해 조혈모세포 기증 대기 환자 5000명 넘어
‘골수 추출’ 선입견..인식 개선·장려 분위기 필요
막연한 두려움 알지만 용기 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살면서 ‘기다리다’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사실 대부분 사람에게 다음 주, 1년 뒤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당연히 오는 것이죠. 그런데 ‘평범한 내일’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혈액암 환자들이 그렇습니다. 인더뉴스의 장승윤 기자가 조혈모세포를 이름 모를 환자에게 직접 기증했습니다. 장 기자가 왜 기증을 하게 됐는지, 기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환자들에게 조혈모 세포가 왜 필요한지 등을 자세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13일이 지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몸 상태는 괜찮습니다. 똑같이 출퇴근하고 밥도 잘 먹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유산소 운동도 무리 없이 합니다. 주말에는 등산도 하고 캠핑까지 다녀왔습니다.

 

퇴원 후 2주일이 지나면 회복검사를 받습니다. 조혈모세포 채취 시 혈소판 감소나 촉진제로 인한 백혈구 상승 등 혈액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굳이 입원한 병원을 가지 않고 집 근처 내과 병원을 방문해도 됩니다. 이번 주나 늦어도 다음 주에 검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조혈모세포를 채취해도 혈액세포의 생성 능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2~3주 이내에 원상회복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퇴원 후 최소 일주일 동안은 헬스·축구 같은 격한 운동이나 무거운 짐을 드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혈소판 수치가 평상시보다 낮은 상태이므로 타박상이나 출혈에 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기증하고 며칠은 저녁에 어지러움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몸 안에 아직 백혈구 촉진제 성분이 남아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촉진제 성분이 체외로 배출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물을 더 자주 마셨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한 뒤 감사하게도 주변으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칭찬과 함께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이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와 ‘많이 아프진 않았냐’, ‘그거 위험한 거 아니냐’는 얘기였습니다.

 

주변에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험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2019년 질병관리본부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조혈모세포 기증 의향이 없다는 이유 중에 ‘막연한 두려움(40.9%)’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많지만 실제 이식에 성공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461명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습니다. 하루에 1.3명꼴로 기증이 이뤄진 셈입니다. 반면 연도별 누적 이식대기자는 지난해 5000명을 넘어섰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1편에서 말했듯, 18세 이상 기증자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은 성분 헌혈방식으로 기증하는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집’과 주로 골반뼈 부위에서 골수를 추출하는 ‘골수 채취’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상당수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골수 이식’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골수를 통한 조혈모세포 기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골수 추출 장면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부정적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사이코패스 과학자나 의사가 실험실에 갇힌 사람들에게 마취도 없이 강제로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하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비명이 클로즈업되는, 그런 장면 말입니다.

 

미디어의 자극적이고 과장된 연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조혈모세포는 골수 기증-골수는 골반에서 추출-매우 고통스러움-심지어 죽을 수도 있음’ 이런 식으로 연상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는 명백한 오해입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기증방법별 현황’을 보면 최근 10년간 말초혈조혈모세포 기증은 2625회 이뤄진 반면, 골수 채취를 통한 이식은 26회에 불과합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골수 이식이 불가피한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일반 헌혈하듯 편하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조혈모세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개선돼야 합니다. 국내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기관들은 그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다양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지난 6월 ‘인식 개선 공모전’을 열었고, 최근에는 약 봉투를 활용해 조혈모세포 편견 바로잡기에 나섰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의사를 주변에 밝히면서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기증 취지에 공감해준 회사에 고마웠습니다. 직장의 동의와 지원이 있었기에 부담 없이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 후에도 컨디션 유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기증 희망자가 모두 저와 같은 배려를 받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평일에 시간을 내 건강검진을 하고,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2박 3일 병원에 입원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본인이 기증을 원해도 일이 바빠서, 회사 눈치가 보여서 기증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원활한 기증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2조 2항에 근거해 공무원은 병가 처리하고 그 외 근로자는 유급휴가 처리하도록 규정하는 등 법적으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 결국, 개인의 의지가 관건입니다.

 

이렇게 막연히 두렵고 걱정돼서,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가족이 반대해서 기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증 희망 등록을 했고 자신과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기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락을 받고 초반에는 기증 의사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증 희망자가 막판에 기증을 거부할 경우, 혈액암 환자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 2주 전부터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전처치’라는 치료를 받습니다. 평소보다 5배 이상의 고강도 방사선 및 고농도 항암치료를 통해 자신의 병든 조혈모세포를 죽이고 기증자의 건강한 세포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조혈모세포 코디네이터가 단계마다, 때론 지겨우리만큼 기증 의사 여부를 지속적으로 물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수 있고, 막상 하려고 보니 겁이 날 수 있습니다. 기증 일정이 개인에게 중요한 날과 겹치게 된다면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조혈모세포 기증에서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면, 몇 번의 귀찮음으로 한 생명을 살리는 데 그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안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보다 더 큰 ‘해야 할 이유’가 또 있을까요.

 

이번 경험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려 합니다. 저의 조혈모세포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기증하고 싶습니다. HLA가 일치하는 혈액암 말기 환자에게, 평범한 내일을 간절히 기다리는 그에게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입니다.

 

일반인의 골수 혈액에는 조혈모세포가 약 1% 존재한다고 합니다. 조혈모세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져 모든 혈액암 환자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고 완치됐으면 좋겠습니다. 1%의 용기가 100%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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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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