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인터뷰] “20년차 현직교사, 페이스북 ‘입소문’으로 작가 됐죠”

Saturday, July 04, 2020, 08:07:00 크게보기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저자 이의진 작가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모든 글쟁이에게 자기 책을 출판하는 것은 어쩌면 일생의 로망일지도 모릅니다. 시대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히고 독자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유능한 이야기꾼만이 누릴 수있는 쾌감이자 특권이니까요. 출판업계가 그 어느 분야보다 데뷔 경쟁이 치열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의진 작가는 자신을 어느 날 문득 책을 내게 된 ‘우연의 작가’라고 평했습니다. 조심 조심 이용하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가 유저들의 폭발적인 주목을 끌면서 지지층을 모았고 일약 ‘페이스북 스타’로 떴습니다.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친구 신청’이 몰려들고 ‘팔로워’가 늘었지요. 그러다가 유력 일간지의 제의를 받아 칼럼까지 연재하게 됩니다. 몇 년 전부터는 출판사의 러브콜이 잇따르더니 드디어 작년 초 계약을 하고 올해는 두 권의 에세이집까지 냈습니다.

 

<인더뉴스>는 지난달 18일 늦은 저녁에 이 작가를 만났습니다. 이날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모의고사 시험 감독을 하고 급하게 왔다는 그는, 첫 만남에서 “학교가 많이 바빠서요”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선생님이셨군요?

 

- 네. 현재 도봉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부장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서른 살이 훌쩍 넘어 중등 교원 임용고사에 합격해 이후 중학교 8년, 고등학교 12년 근무했으니 올해로 꼬박 20년째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담당 과목은 국어입니다.

 

▲어떻게 작가가 되신 거예요?

 

- 출판은 생각 안 하고 살아왔어요. 아, 학교 들어오기 전에 출판사에서 근무를 하기는 했지요. 에디터로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연극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학비 문제로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생활비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순 없었거든요. 그때 취업을 한 게 출판사였어요. 그러나 학교 현장에 들어온 이후로는 출판 쪽과는 인연이 거의 없었던 편이에요.

 

그러다가 2016년 7월에 페이스북에 쓴 글이 우연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어요. 당시 교육부 고위 공무원 한 명이 ‘국민은 개 돼지’라는 문제 발언으로 해직된 일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한 월간지에서 그 보도를 낸 기자와 문제 발언을 한 공무원이 선후배 관계라며, 후배가 선배를 비정하게 몰락시켰다는 내용의 칼럼을 냈더라고요.

 

그 칼럼을 읽고 솔직히 기가 막혔지요. 국가의 요직에 있는 공인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했더라도 동문이면 묵인해야 하는 걸까, 선후배니 뭐니 하는 인맥이라는 게 공적인 사고를 뒤로 할 만큼 우선해야 하는 가치인가. 그래서 ‘우리는 인맥에 얽매이지 않는 남이어야 한다.’는 주제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뜻밖에도 이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어요. 페이스북의 좋아요만 천 여개에 공유만 수백 개였어요.

 

▲정말 ‘글’ 하나로 스타로 떠오른 케이스네요

 

- 사실 출판 의뢰는 그 이후 죽 몰려왔어요. 시쳇말로 ‘포텐’이 터졌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먹고 사는 게 워낙 바쁘고 급해서 막상 출간은 미루고 미루다 작년 1월에 처음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요. 그러고도 일상에 매몰되어 작업이 늦게 진척되다가 드디어 올해 4월 첫 산문집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을, 6월에 에세이집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를 출간하게 됐지요.

 

림태주 시인(‘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을 출간한 출판사 행성B 대표)이 처음 출판 제의를 해왔을 때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제 글에 대해 ‘바닥을 긁는 서늘함이 있다’고 평한 적이 있어요.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연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해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는 어떤 글인가요?

 

- 제 교직 생활의 경험담과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담은 책입니다. 출판사 ‘교육과실천’에서 “지금 시대는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다. 교사들을 위로하는 글을 써보자”는 제의를 받아서 쓰게 됐죠. 그런데 이 책, 처음엔 거절했어요. 출판사는 학교에서 여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에서는 아내, 엄마, 며느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겪은 애환을 풀어내길 원했는데… 저는 제 글에서 ‘여자’를 강조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문득 “여교사만 힘든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지금 모든 사회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뼈가 빠지도록’ 일하고 있지 않나요? 눈에 띄지 않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현장에든 있죠. 교사의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헌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쓰겠다고 했습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고시원의 얇은 베니어합판 벽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귀가 둥그렇게 솟았고 옆방을 향해 기약 없이 구부러졌다. 옆방의 그녀가 울고 있었다.
잠이 들어야 다시 내일 새벽에 출근할 수 있을 텐데, 그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고 울고 있다.
울지 말아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세상천지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라고 조용히 중얼거리기만 했어도 아마 그녀는 바로 옆에서처럼 또렷이 들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 역시 숨을 최대한 참으면서 조금 씩 조금씩 몰아쉬는 처지였다. 그저 책상 앞에 쥐 죽은 듯 앉아 있었다.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中 고시원 체류기 2

▲책 서두의 “교사가 되고 나서 교사를 존경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 20년 전 저는 교사가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교사는 칼 퇴근 하고 편한 직업 아니냐”라고 무심코 말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매일의 일과는 결코 만만치 않았죠. 아이들의 천만가지 요구를 듣고, 때론 자식만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요구와도 씨름하고요. 또 현실과 유리된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에 낙담하기도 하구요.

 

▲‘작가 이의진’으로서 앞으로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거에요. 다들 힘겹게 미친 듯이 하루를 살지만 그중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거나 높은 지위를 차지하거나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저 자신의 몫을 다하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싶었어요. 모두들 그렇다, 당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다. 잘 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 그러니 서로 서로 위로하자. 사람은 위로로 살아갈 힘을 얻는 법이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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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기자 silentrock@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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