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국내 이동통신사가 해외 지상파 방송그룹, 전장제조 기업과 함께 차세대 차량 내 방송 기술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운전 대신 차 안에서 미디어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술 시연은 이러한 시장을 선점하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SK텔레콤은 4일 제주 제주시 제주테크노파크에서 미국 방송사 싱클레어, 전장부품 제조기업 하만과 개발한 5G와 ATSC 3.0 기반 방송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 기술을 시연에 참여한 기업들과 북미 시장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3.0은 미국 디지털TV 방송 표준화 단체(ATSC)에서 제정한 UHD 방송 표준이다. 영상, 소리에 데이터까지 주파수에 실어 나를 수 있으며 빠른 속도로 고화질 영상 전송을 할 수 있다.

이번 시연은 차세대 통신과 방송 기술을 융합해 자율주행시대에 주목되는 차량 내 미디어 환경을 구현하고 미국 방송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시대가 시작되면 자동차는 TV와 흡사한 미디어 기기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In Vehicle Infotainment)’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차량에서 정보와 콘텐츠 소비를 지원하는 기술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세계 IVI 시장 규모를 2700억 달러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지난 CES 2019에서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전장기업 하만과 협약을 맺고 2억 7000만 미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싱클레어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방송국에 5G-ATSC 3.0 기반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 기존 일방향 방송서비스에 SKT 5G 미디어 기술 융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
올해부터 미국에서는 5G 상용화와 ATSC 3.0 방송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 통신망이 대도시 위주로 구축됐다. 방송망 커버리지는 통신망보다 넓지만 한국과 달리 DMB(이동형 방송)가 상용화 되지 않아 집 밖에선 비싼 데이터 요금을 내고 지상파 방송을 봐야 한다.
이번 시연행사에서 SK텔레콤은 5G통신망과 고속 이동수신 환경에 최적화된 ATSC 3.0 방송망을 하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해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먼저 차량 내부 화면에 기존 DMB(HD)보다 4배 선명한 풀HD 화질로 실시간 방송을 중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차량에 좌석마다 설치된 화면에서는 같은 방송이 송출됐지만, 광고 영상은 달랐다. 좌석에 앉은 사람에 맞춰 다른 광고가 나타났다. 5G망이 각 좌석 IP를 인식해 맞춤형 광고를 전송한다.미국 방송업계는 이를 활용해 광고 시장을 확대하고 시청자 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지도가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모습도 공개됐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ATSC3.0 방송망으로 맛집 추천정보와 교통정보(신설도로·장애물)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통신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를 여러 앵글로 보는 멀티뷰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메인 화면에 축구 중계를 틀어놓고 분할 화면으로 공격수, 골키퍼 시점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분할 화면을 느리게 재생하는 기능도 있다. 경기장에 있는 메인 방송카메라가 ATSC3.0 방송망으로 중계되고 다른 여러 개의 카메라가 5G통신망으로 분할 화면에 전송되는 원리다.
SK텔레콤은 싱클레어와 5G 핵심 기술인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과 ‘네트워크 기반 미디어 처리(NBMP)’ 적용을 준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초저지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영상도 차량에서 볼 수 있다.
◇ 하반기 ATSC 3.0 전환에 발맞춰 미국 방송시장 진출...국내 강소기업에도 기회
SK텔레콤과 싱클레어 합작회사는 싱클레어가 가진 191개 방송국에 이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32개 방송국에 먼저 설치한다.
미국에 있는 모든 방송국은 향후 10년 안에 ATSC 3.0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확대에 발맞춰 합작회사는 싱클레어 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 방송사에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고화질 영상 전송 기술인 차세대미디어전송기술(MMT·MPEG Media Transport) 개발에 착수하는 등 방송기술 확보에 매진해왔다. 세계적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표준화기구 산하 동영상 전문가 그룹(MPEG) ‘모바일 MMT 분과’ 의장직도 맡았다.
지난 2016년에는 모바일 MMT 기술을 옥수수(oksusu) 실시간 채널에 도입한 바 있다. OTT 서비스에 이를 접목해 기술 상용화에 나선 것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다.
싱클레어와 협력은 SK텔레콤과 함께 기술을 개발한 국내 미디어 강소기업들에도 기회다. 국내 기업들은 인코더, MUX(Multiplexer), 방송송출시스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어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파진흥협회, 제주테크노파크 등과 협력으로 이뤄졌다. SK텔레콤은 제주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미래 융합 방송서비스 개발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자율주행시대에는 세계적으로 차량 미디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SK텔레콤 5G 미디어 기술로 미국 차세대 방송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사업을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리플리 싱클레어 방송그룹 CEO는 “기술 선도 기업인 SK텔레콤, 하만과 ATSC3.0 차량용 플랫폼을 개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동성이 강화된 5G-ATSC3.0 기반 서비스로 미국 방송사들이 가진 사업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