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호식 기자ㅣ대한항공과 LIG넥스원은 지난 2일 마감한 1조8000억원 규모 전자전기(Block-Ⅰ) 체계개발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은 항공전력의 생존성을 높이고 첨단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통합하기 위한 국가 전략사업입니다. 정부가 1조7775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업체가 연구·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은 항공기에 임무 장비를 탑재해 주변국의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하고 전시에 전자공격(jamming)을 통해 적의 방공망과 무선지휘통신체계를 마비·교란하는 대형 특수임무기를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전자전기는 적 항공기와 지상 레이더 등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고 통신체계까지 마비시킬 수 있어 현대 전장에 필수 장비로 꼽힙니다.
대한항공과 LIG넥스원은 현재 전자전기 개발이 가능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체계통합 및 기체 개조·제작을 맡고, LIG넥스원이 체계개발 및 전자전 장비 개발·탑재를 담당합니다. LIG넥스원은 KF-21 통합전자전 장비, 차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 잠수함용 전자전 장비, 신형 백두정찰기 전자정보 임무장비 등 다수의 국가 전략무기 전자전 장비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국내 대표 방산기업입니다. 대한항공도 국내에서 민항기 부품제작과 군용기 성능개량 및 정비, 무인기 개발, 민항기 중정비·개조가 가능한 독보적인 기업인 만큼 해당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IG넥스원과 보조를 맞추는 대한항공의 강점은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 역량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수십년간 축적해온 군용기와 민항기의 개조 및 감항인증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과거 1차 해상초계기(P-3C), 백두 1차 신호정보기 등 다수의 군용기 개조 사업을 수행하며 방위사업청과 당국으로부터 감항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동시에 보잉 B747·B777, 에어버스 A330 등 민항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서 주요 감항당국의 인증까지 획득해왔습니다.
이처럼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분야에서 모두 국제적으로 입증된 15인승 이상급의 감항획득 및 운영 경험을 가진 업체는 국내에서 대한항공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후 향후 200~300대 규모의 민간 항공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충분한 자체 운영 및 유지보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민간항공기 기반의 무기체계에 있어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도 체계통합과 인증 수행이 가능하고, 나아가 유지보수에도 유리하게 활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업은 국제 민항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안전·기술 검증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임무 수행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복합적이고 고난도의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원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는 민간감항성을 유지하면서 군 감항 입증을 이끌어내야 하는 점에서 대한항공은 사업실적과 역량은 강력한 경쟁무기입니다.
이미 대한항공의 감항인증 역량은 무인기 전력화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무인기 감항인증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에 체계개발을 마친 무인기에 대해 인증기준을 수립하고 국내 최초 무인기 형식인증을 사단무인기 사업을 통해 획득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중고도 무인기 감항 형식인증을 완료하여 양산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항공정책을 맡고 있는 전문가는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은 체계통합 능력과 전자전 장비의 성능이 모두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임무 장비를 통합할 수 있어 사업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LIG 넥스원은 축적한 경험, 완성된 협동을 토대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한편,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