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태동하는 8K TV 시장을 둘러싸고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LG전자간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공개 저격에 삼성전자가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8K 화질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오전 LG전자가 “삼성전자 QLED 8K TV는 QLED도 아니고 8K도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항하는 반박 성격이다.
◇ “화질선명도는 낡은 평가 기준..밝기, 컬러 볼륨 등 다양한 요소 고려해야”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LG전자가 “화질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가 50% 이하인 삼성전자 TV는 8K 기준 미달”이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에나 적용되던 낡은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앞서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에 따르면 해상도는 화소 수와 화질선명도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며 “삼성전자 TV 화질선명도는 12%에 불과해 8K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8K TV에 요구되는 화소 수는 가로 7680개와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 개다. 하지만 화질선명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상도가 4K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16년 4K 기준을 결정하면서도 화질선명도를 두고 충돌했던적이 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선빵’을 날렸다. LG전자 방식이 화질선명도가 60%에 불과하다며 4K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LG전자가 이번에 화질선명도를 걸고넘어진 이유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ICDM은 지난 2016년에 해당 화질선명도 측정방법은 불완전하다고 판단내렸다”며 “이후에 화질선명도는 해상도 척도로 얘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K TV 화질은 화소수 뿐만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LG전자는 삼성전자 TV에서 화질선명도가 크게 떨어진 이유를 시야각 보상필름이 적용되면서 생긴 문제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제품은 시야각이 낮은 점이 꾸준한 약점으로 지적됐고,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화질선명도가 훼손되는 부작용을 겪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질선명도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화질선명도를 측정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 “QLED는 LCD”라는 LG주장에 기술적 반박 못해
삼성전자는 QLED TV가 실은 LCD 구조를 차용했을 뿐이라는 LG전자 지적에는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기술적 반박보다는 “QLED는 세계에서 진보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판매량이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업계와 학계에서 QLED는 ‘자발광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D)’를 뜻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삼성전자 QLED는 퀀텀닷 입자가 포함된 시트를 적용했을 뿐, 사실은 LCD다”라고 지적해왔다.
QD는 전기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 발광형 유기물질’인 LG전자 OLED보다 발전된 기술이다. OLED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전류를 받으면 빛을 내며, 유기물질인 OLED와 달리 안정적인 무기물질이라 OLED가 가진 번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조원가도 더 저렴하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QLED TV는 백라이트로 발광하는 LCD 방식에 색재현력을 높이는 QD시트를 적용한 것이다. QD가 갖는 자발광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 겉으로 소비자 혼란 우려하지만..8K 시장 태동 앞두고 ‘기싸움’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8K처럼 태동하는 시장에선 소비자가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제조사마다 다른 잣대를 들면 산업이 어지러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자정노력을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체된 TV시장에서 돌파구로 떠오른 ‘8K 시대’에서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추월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이러한 공개 저격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 우월성을 강조해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TV시장에서 금액기준으로 점유율 31.5%를 가져가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LG전자와 점유율 차이는 약 2배 가까이 벌어졌다. LG전자는 8K TV를 삼성전자보다 1년 늦게 상용화하며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현재 8K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화질선명도같은 소모적 논쟁보다는 ‘8K 협회’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미래 시장을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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