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일본 생명보험 업계의 지난해 계약 유지율(13개월차)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국내 생보업계와 10% 이상의 격차다.
이는 일본 생보업계가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계약자 유지에 힘써 온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생보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13일 오후 보험연구원 콘퍼런스룸에서 ‘인구 고령화와 일본 보험산업 변화’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인구 고령화가 보험산업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인구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앞서 있어 일본 보험산업의 대응 경험은 우리나라 보험업계에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해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부터 감소했다. 2008년부터는 총 인구수도 줄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령사회에 진입과 동시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총 인구수 감소 시점은 2027년으로 예상된다.
발표를 맡은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석영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계약 유지에 주력했다”며 “계약자들에 대한 직접 방문을 늘리고, 영업조직 교육 강화와 더불어 판매채널도 다변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비스 개혁 프로젝트(customer service renovation project)’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 및 조직 구축 ▲특약 통폐합을 통한 상품 단순화 및 이해도 제고 ▲모바일 기구를 통한 설명 강화 ▲계약 제안에서 체결까지 업무 단순화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일본 생보업계의 13개월차 계약 유지율은 지난해 9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보업계의 13개월차 계약 유지율(금융감독원 공시)이 2015년 81.9%, 2016년 82.4%, 지난해 81.2% 등 수 년 간 8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된다.
또한, 일본 생보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따른 맞춤 채널 전략도 수립했다. 소비자 유형을 ‘단순한 상품’을 원하는 타입과 ‘종합적인 상품’을 원하는 타입으로 나누고, 각 타입에 적합한 판매채널을 매칭했다.
예를 들어, 단순 상품 선호 소비자에게는 방카슈랑스, 온라인, 다이렉트TV, 내점형 보험점포, 메일(mail) 등의 채널을 활용하고, 종합 상품의 경우에는 설계사, 재무설계사, 대리점 등 대면 채널을 주력으로 한다.
일본 다이이치생명은 이러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단순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을 두 개의 자회사(DIY Life, DF Life)로 분리해 운영 중이다. DIY Life는 방카채널과 내점형 보험점포를 통해 단순 상품을 공급하고, DF Life는 방카채널로 저축성 상품을 주로 공급한다.
윤성훈‧김석영 (선임)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던 시기만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이에 일본의 경험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