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보험’ 활성화를 위해 손해보험사들의 재보험 출재 억제에 나선다. 손보사들이 기업보험 매출의 대부분을 재보험으로 전가하다 보니, 자체적인 위험관리·보유 역량을 기르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공시기준을 ‘원수보험료’ 중심에서 ‘보유보험료’ 중심으로 개선, 매출액만 크고 보유액은 적은 보험사를 가려낸다. 또한, 재보험 출재에 대한 리스크 평가 방법을 정교화하고, 기업보험 계별 계약의 최소보유비율(10%)도 도입한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 가입하는 보험(기업보험)의 경쟁 촉진 방안’을 3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말에 나온 ‘손해보험 혁신·발전방안’의 2단계 조치다.
그간 손해보험사들은 장기·저축성보험 위주 경영과 관행적 재보험 의존으로 기업의 위험평가와 보험인수 역량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손보사들은 기업보험 중 약 80%를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요율(보험료)에만 의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손보사의 보험위험 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먼저 매출 관련 공시 방법을 개선한다. 현행 손보사의 매출 관련 공시 항목은 ‘원수보험료’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보유보험료’와 ‘보유율’ 등과 같은 항목을 오는 3분기 중 신설한다.
이는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상당분을 재보험사에 출재해도 보험사 매출에서 차감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수보험계약 규모는 크지만 과다한 재보험 출재로 실제 위험은 부담하지 않는 외형만 큰 보험사를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재보험 출재에 대한 리스크 평가방법도 정교화된다. 현행 RBC기준은 재보험 관련된 위험의 실질 이전효과 분석을 생략하고, 단순 출재비율만큼 위험의 경감을 비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90만원을 출재하면, 그만큼 위험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다.
향후 개선될 리스크 평가방법에는 위험의 실질 이전효과가 분석이 가미된다. 손실부담금 발생 계약(재보험사 손실 발생 때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일정금액을 지급)이나 손해율 연동 수수료 계약(보험금 지급액 증가할수록 보험사가 낮은 수수료를 받는 계약) 등이 해당된다.
아울러, 일반손해보험 개별 계약에 대해 손보사의 최소보유비율(10%)을 도입(3분기)한다. 손보사들의 과도한 재보험출재 리스크 완화를 위한 장치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등은 위험보유율이 각각 95.9%, 94.8%에 달해 규제에서 제외됐다.
다만, 재보험 계약 혹은 원수보험사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각 기업별·보험계약별 특성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 경우에는 10% 미만 보유도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10% 미만 보유하는 계약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 금융위는 신규 재보험사에 대한 인가도 적극 허용할 방침이다. 국내 재보험 시장에서 해외수지 역조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담보력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보험 해외수지차(해외 수재수지차와 해외 출재수지차의 합)는 지난 2014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해외수지차는 -1574억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4188억원까지 확대됐다.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매년 재보험 해외출재 규모가 늘고 있고, 해외수지차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적정 자본금, 대주주의 재보험업 지속영위 의지·능력, 사업계획 타당성, 재보험 영업 역량 등이 적정한 경우 적극 허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