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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북스 플러스] 헝클어진 우리, 끝내 춤을 출 수 있는 이유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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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13, 2024, 00:02:56

정진영/무불/322쪽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뉴스 속 여러 사건과 사고 소식을 보고 듣다보면, 한국 사회는 저마다 제자리를 벗어나 온통 헝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화 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서적 '치외법권' 지대가 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부동산 투기 행위이지만 법망을 피해 교묘한 방식으로 부를 쌓고, 어리숙한 누군가의 기대를 악용해 사기를 치지만 이를 제제하는 공권력은 여전히 일상에서 멀기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계층은 아무래도 서민들입니다. 뉴스에서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온갖 사기와 사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보도됩니다. 갈수록 혼돈과 혼란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실상 누구의 모습이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2011)을 받고, 드라마 <허쉬>의 원작 소설 '침묵주의보' 등을 쓴 정진영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정 작가는 김훈과 장강명 작가의 뒤를 잇는 기자 출신 소설가로 문단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 작가는 미문에 천착하거나 소설을 위한 소설보다는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맞닿아 있는 소재를 특유의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환기하는 데 장점을 보여줬습니다. 

 

정 작가는 이번 첫 소설집에서도 기존의 장편에서 보여줬던 문제의식을 놓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에피소드<선물>, 학창시절 학폭에 저항했다가 삶이 꼬여버린 이들의 현실을 그린 <네버 엔딩 스토리>, 소위 영끌이라 불리는 2030세대의 부동산 투기와 코인사태를 소재로 한 <숨바꼭질> 등의 단편이 그런 작품들 입니다.  

 

이 외에도 정 작가는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쓴 연가인 <시간을 되돌리면>과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들을 오마주하며 전염병 사회를 풍자한 <눈먼 자들의 우주>등의 색다른 단편도 실었습니다.     

 

소설집에서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정 작가가 지닌 삶에 대한 연민과 연대입니다. 문체는 건조한 편이고 사회를 보는 작가의 시선 역시 일정부분 '냉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럼에도 정 작가의 단편들의 결말에서 느끼는 온도는 결코 차갑지 않습니다.

 

이른바 X세대에 속하는 정 작가는 이제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된 40대의 눈으로, 혹은 그 정서로 계속 헝클어지는 한국 사회를 지켜보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가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꼭 잡아야 할 가치를 말하고자 합니다.

 

콜센터에서 노조를 결성하다가 결국 회사를 나갔던 동료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안부>라던가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당했지만 익명의 또 다른 누구를 만나 위안을 받는다는 <징검다리>같은 단편들은 생존에 밀려 숨기고 감추고 있는 우리들의 여린 마음. 그 여린 마음을 잇는 연대의 가능성을 조근히 펼쳐놓습니다. 

     

표제작인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삼국유사의 만파식적과 처용가를 차용한 단편입니다. 장례식장에서 한 여자를 사랑했던 두 명의 남자가 결국 서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되는 결말부분의 여운이 무척 짙습니다.

 

그 짙은 여운은 정 작가가 지닌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작품 속에 완벽하게 용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 연민이 이른바 문학적으로는 세련되지 못한 정서이거나 혹은 지금 이 시대 각광받는 다른 소설들과는 가깝지 않은 주제일 수 있습니다. 정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자아의 세계로 깊게 침잠하거나 혹은 미시적 관계에서의 아주 세밀한 감정선들을 담아내는데는 매우 탁월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잔하고 애련하게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욕망과 부딪히는 사회를 건조하게 묘사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에 습기를 전하는 데 일가견을 보여줍니다. 정 작가의 일가견이 단편 곳곳에 번뜩이다보니 비록 각각의 소재는 다르고 일부 작품은 튀는 느낌이 들어도 책장을 다 덮으면 하나의 묘한 희망으로 모아집니다.

 

현실은 우리의 인생을 헝클어뜨리고 좌절을 안겨줄지라도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이유가 없지 않다는 정 작가 특유의 낙관적 마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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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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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16:14:1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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